한국에선 토플을 주관하는 기관 정도로 알려진 미국 ETS(Education Testing Service)는 세계 최대의 영어시험 주관 기관이다.
7일 미국 뉴저지 주 프린스턴에 있는 ETS 본사를 방문했을 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드넓은 용지였다. 137만6000m(약 41만6000평)에 달하는 광대한 본사 캠퍼스에는 직원 2600여 명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CEO도 검색하는 철저한 보안
ETS가 주관하는 토플, 토익, GRE(미국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시험) 등에는 매년 전 세계180여 개국에서 5000만 명이 응시한다.
이 때문에 ETS의 모토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완벽의 추구였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커트 랜드그래프 회장은 이날 해외 특파원들을 상대로 한 회사설명회에서 비행기도 평소 99.99% 안전성을 기록하다가 단 한 번의 실수로 엄청난 결과가 빚어지듯 단 한 번의 평가 실수도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며 단 한 건의 실수도 없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시험 출제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시험문제의 보안 유지. 이 때문에 ETS는 사람들이 건물에서 나올 때마다 마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듯 일일이 가방을 열어보는 등 철저한 검색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랜드그래프 회장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영어의 시대ETS의 야망
지난해 ETS의 매출액은 13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파는 것도 아닌 시험 출제 기관으로선 엄청난 매출액이다. 토플은 세계 110개국의 6000개 이상의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ETS가 잘나가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갈수록 영어의 위력이 커지고 있고 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증가했기 때문.
랜드그래프 회장은 과거 프랑스어가 문화와 예술의 언어 역할을 했듯이 이제 영어는 상업 공통어가 됐다며 세계 경제에서 성공하려면 영어 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 국가들이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성공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는 ETS의 글로벌화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ETS는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과 제휴해 국가별로 필요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ETS는 또 GRE를 단순한 영어능력 측정에서 벗어나 응시자의 창의력과 팀워크 능력 등 좀처럼 측정하기 어려운 분야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GRE를 업그레이드해 미국 경영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GMAT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TS가 이처럼 새로운 시험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뛰어난 인력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 근무 직원 2600여 명 가운데 R&D에만 1000명이 있으며 이중 700여 명이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공학 박사학위 소지자다.
한국 토플 점수 7% 상승
ETS 측은 지난해 한국 응시자들의 토플 평균점수가 120점 만점에 77점으로 2006년 평균점수 72점보다 5점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점수 78점에는 1점 모자라는 점수다.
과목별로는 읽기와 듣기가 각각 20점으로 평균점수(각각 19.1, 19.8)를 웃돌았지만 말하기는 18점으로 평균 19.2에 크게 못 미쳤다. 쓰기 역시 20점으로 평균(20.2)을 밑돌았다.
토플점수가 5점이나 상승한 것은 지난해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가 입시에서 토플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영어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어린 학생들의 토플응시가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103점) 덴마크(101점) 등이 높았다. 이들 국가는 영어 사용 국가인 캐나다(91점)나 영국(95점)보다도 평균점수가 오히려 높다.
한편 지난해까지 토플 응시자는 한국이 12만4000명으로 제일 많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중국의 토플 응시자가 4월까지 벌써 10만 명이 넘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