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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내국인 앞질렀다

Posted May. 20, 2008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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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Y사. 전체 근로자는 35명, 이 중 외국인이 10명이다.

얼마 전부터 이 회사에 고민이 생겼다. 싸서 고용하기 시작한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한국인 직원에게 드는 인건비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가 1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제출한 인건비 명세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 한 명에게 이 회사가 지출한 인건비는 월 200만2020원. 현재 이 회사가 한국인 근로자 한 명에게 쓰는 인건비는 월 169만 원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든 돈이 월 30만 원 많은 셈.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비싸졌지만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계속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사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는 기본급은 85만2020원으로 아직까지 내국인 근로자의 기본급 95만 원보다 10만 원쯤 적다.

85만2020원은 시간당 최저 임금 3770원을 주 44시간 근무로 환산한 금액이기도 하다. 사회보험료와 퇴직금도 1만2만 원 내국인 근로자에게 더 많이 준다.

그런데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들어가는 돈이 내국인을 앞지른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 비용(30만 원), 전기수도요금 등 관리비(10만 원), 식사비(25만 원) 때문이다.

한국인 근로자는 숙박비가 들지 않고, 한국인 근로자에게는 식사도 잔업이 없는 날 점심만을 제공한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휴일 끼니까지 매일 세 끼를 회사가 챙겨주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제조업체 D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월 기본급과 고정수당은 한국인 직원이 4만5만 원 더 많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드는 식비가 한국인 근로자보다 25만 원 더 많고, 한국인 근로자에게는 들지 않는 숙박비(10만 원), 관리비(4만5000원)가 추가로 들어간다. 결국 내국인 근로자의 월 인건비 143만여 원보다 30만 원 정도 높은 175만여 원이 외국인 근로자 한 명에게 들어간다.

대구의 금속제품 제조업체 Y사는 사회보험료를 한국인 직원에게 6000원 남짓 더 주는 것 빼고는 내외국인의 급여가 똑같다. 그러나 외국인 직원에게는 숙박비가 월 15만여 원 들기 때문에 전체 인건비는 외국인이 197만여 원, 내국인은 182만여 원이 된다.

더구나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내국인의 708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인건비는 금액으로 표시된 것보다 훨씬 비싼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본적으로 줘야 하는 최저임금이 꾸준히 올라 내국인 근로자들과 임금 차이가 없어진 탓에 있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2000년 1865원에서 2007년 3770원으로 7년 사이 갑절 넘게 올랐다.

중소기업들과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유럽사법재판소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각 회원국이 국내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며 노동부 등을 상대로 최저임금에 기업 측이 현물로 제공하는 숙식비용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한승수 국무총리가 중소기업인들을 만났을 때도 이런 건의가 나왔다.

그러나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김연식 서기관은 최저임금에 숙식비를 산입하면 그런 조건에서 일하는 내국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도 엄청난 하락이 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기 어렵고 국제노동기구(ILO)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연구위원은 한국의 최저임금이 대만보다 높은 수준이며, 연령별국적별로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업이 숙식비용 일부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받도록 하는 타협안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명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