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재협상 & 추가협상

Posted June. 13, 2008 07:57,   

日本語

정부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않도록 미국과 추가협상(additional negotiation)을 벌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추가협상은 재협상(re-negotiation)에 준하는 추가협상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법에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이란 개념은 없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재협상은 이미 타결된 협정문을 백지화하고,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추가협상은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협정문에 딸린 부속서에 일부 내용을 추가하는 형식이다.

4월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내용을 백지화하고 30개월 이상의 수입금지 등의 조건을 협정문 등에 새롭게 명문화한다면 이는 재협상에 해당한다. 협정문에 대한 수정 없이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한국에 반입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보장을 받을 경우 추가협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재협상이란 용어 사용을 피하는 것일까.

국가의 신뢰도 때문이다. 재협상이란 용어를 쓸 경우 앞으로 전개될 각종 협상에서 협상 상대국이 한국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 협상 단계에서부터 무리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협상이란 용어를 미국이 수용할리 없는 만큼 추가협상이란 용어를 쓰되 실리를 챙기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형식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이번 협상의 성격을 추가협의가 아닌 추가협상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서는 외교부 내에도 논란이 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반입 금지를 위한 추가협상이라고 못박은 만큼 반드시 수입위생조건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는 것. 김 본부장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문서화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 경우 정부의 관여가 형식상 너무 두드러지는 문제점이 있고 또 다른 문제를 나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추가협의를 하러 다녀오겠다는 정도만 얘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수일 내 양국간 추가적인 양해사항(understandings)이 나올 것이라고 해 민간자율규제에 대한 정부 보증을 양국 통상장관이 양해각서 형태로 교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특정한 조건이나 수량을 수출국 업체들이 알아서 조절하는 수출자율규제(VER:voluntary export restraint) 방식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정부 보증이 없는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논란에 부닥쳐 수그러졌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