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전국의 읍면동장 3500여 명을 모아놓고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와 음식점 원산지표시제에 관한 대국민 설명회를 가졌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쇠고기 수입 안전장치와 원산지표시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당부했다.
국정설명회란 이름으로 이렇게 많은 최일선 행정기관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근래에는 아주 드문 일이다. 정부가 그만큼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엔 이런 모임이 자주 있었다. 1970년대 유신()시절에는 대통령 간접선거(일명 체육관 선거)를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두환 정권 때이던 1981년 통일정책 건의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돼 지금도 활동 중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약칭 평통)도 가끔 이런 모임을 갖곤 했다. 그러다 보니 동원의 성격을 띠기 쉬웠다. 일각에선 이번 읍면동장 모임도 관제동원으로 본다.
국정설명회의 뿌리는 1960년대 3공화국 시절까지 올라간다. 당시엔 국가 대사()가 있거나 국민과의 일체감 형성이 필요할 때 주로 국무총리가 나서서 각계 인사들과의 소통을 위해 설명회를 가졌다. 1970년대 유신시대와 1980년대 5공화국 시절에도 총리가 도청 소재지를 돌며 수백 명의 지방 유지를 상대로 안보정세보고회란 대회를 열었다. 총리가 모처럼 위세를 과시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6공화국 때 지금처럼 국정설명회로 바뀌면서부터 전국 순회 방식도 없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방행정 기관장을 상대로 한 국정설명회가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지방정부의 협력을 구하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엿보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터넷 화상 대화가 보편화된 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발상 같기도 하다. 권위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쌍방향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런 설명회보다 대통령이 직접 TV에 나와 국민과 가슴을 열고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