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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스템 이대론 또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

정부 시스템 이대론 또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

Posted July. 16, 200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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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이 발생한 11일 오후 2시, 18대 국회 개원 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은 연설문 수정 문제를 놓고 긴급 참모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연설 예정시각이 오후 2시 20분이었으므로 불과 20분밖에 여유가 없었다. 연설문의 대북 전면적 대화 제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빼야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강행하자는 쪽이 다수였다고 한다. 이처럼 중대한 일이 즉석 구수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이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관광 목적이라지만 적성국가인 북한에 우리 국민이 매일 수백, 수천 명이 건너가 다보면 언제 무슨 돌발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데도 국정 최고결정권자가 판단의 근거로 삼을 자료라곤 민간기업의 보고밖에 없다니 말이 되는 가. 군()과 국가정보원, 통일부는 뭘 하고 있는가. 합참이 당초 현대아산 관계자의 말만 듣고 박왕자 씨의 사인()을 질병사로 추정된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한심하지만, 이후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정정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위기관리의 콘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청와대가 제 구실을 못한 것도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위기정보상황팀이 존재하지만 임시조직인데다 이전 정부에 비해 위상과 기능, 전문성도 훨씬 떨어진다. 위급 상황이 발생해도 대통령에게 직보()도 할 수 없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인지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1시간 50분이나 걸린 이유를 알만하다.

위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대처하고 관리하는 능력에 있다. 정부의 능력은 그것으로 판가름 난다.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낙제점에 가깝다.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대응에도 실패한 결과가 지난 두 달간의 혹독한 쇠고기 파동이었음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운영시스템이나 위기관리시스템이 고장 난 게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와 각 부처 간에 소통도 안 되는데다 조직과 공무원들이 제자리를 못 잡고 공중에 붕 떠있다는 것이다. 인큐베이터 정부라는 말까지 나온다.

아무리 강한 사슬도 그 중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강도가 결정 된다는 말이 있다. 정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가 약한 고리를 찾아내 보강하지 않는다면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