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8월 대규모 방북을 직권으로 철회시킨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정부는 또 다음 달 경상남도 관계자들과 함께 방북을 추진 중인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개인 방북을 적극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 당국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방북 한국인의 신변안전 조치 방안 마련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8월 이후 인도적 지원단체 등의 대규모 방북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이날 당초 11일부터 나흘간 사무처 직원과 자문위원 등 128명이 방북하기로 북한 측과 합의했다가 이날 금강산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이를 8월 69일로 변경했는데 통일부가 가지 말라고 해서 이마저 철회했다고 밝혔다.
경남도 관계자도 정부가 김 지사 개인의 방북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 지사가 방북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경남도 방북단이 북한에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규모 방북을 승인할 것인지에 대해 단체들이 신청하면 검토하겠지만 정부는 복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교류 협력과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고 공공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면 방북을 허가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결정 당시의 상황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르다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북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이를 위해 조사단이 현장에 파견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해 이번 사건 처리와 대규모 방북 허가를 연계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이미 확인된 6개 방북 추진 단체 외에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산하 노동 분과(민주노총 등)와 청년 분과도 8월 대규모 방북단 파견을 북한 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가 방북을 불허할 경우 마찰이 예상된다.
한편 남북 당국은 2004년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의 한국인 신변안전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한 평양 방문과 묘향산, 백두산 관광 등은 이런 합의서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 측이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초청장에 신변안전 및 무사귀환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적시했지만 인적 교류가 확대되자 슬그머니 뺐다며 현재 평양 등지의 한국인 신변안전에 대한 포괄적인 당국 간 합의서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 씨 피격 사망 사건의 중간 조사결과를 이르면 24일 발표할 예정이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