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 국가주석이 재임 중 두 차례나 방한()한 것도, 양국 정상이 3개월 사이에 세 차례나 회담을 가진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체화하기 위해 34개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그동안 경제 문화 인적 교류에 치중됐던 관계를 정치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해 전방위적인 교류와 협력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고위 지도자의 교류 활성화와 국방 분야의 교류 및 협력 확대도 양국간 신뢰 구축에 긴요한 사업이다. 이런 합의와 사업들이 선언과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양국 관계의 미래 청사진이 아무리 화려해도 상호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올림픽 기간 중 중국인들이 보여준 혐한() 정서도 사소한 문제 같지만 신뢰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어도를 포함한 해양경계의 획정, 동북공정, 중국 내 탈북자 북송, 중국 어선들의 서해 불법조업 문제 등 신뢰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상존해 있다. 두 나라가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접근해야 풀 수 있는 사안들이다. 중국 정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온데 이어 이번 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세계 중심 국가로의 도약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중국이 그런 위상에 걸 맞게 세계 공통의 관심사인 인권과 안전 문제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 포기와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그런 차원에서 서둘러야 한다. 나아가 한 중 일 3국의 우호 선린관계에 기초한 동북아 평화기반 구축에도 앞장서야 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양자관계가 상호 배타적인 것도 아니다.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상호 보완적 성격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삼되 미 중 어느 쪽도 자극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돈독히 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실용외교임을 후 주석의 방한이 새삼 깨우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