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47) 미국 상원의원이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미국의 흑인들이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1964년 민권법 제정 이래 44년 만에 흑인 정치인이 미국 다수당의 대선 후보로 백악관 입성을 위한 결전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리고 있는 전당대회 사흘째인 27일 오전(현지 시간) 오바마 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상대로 대의원 투표를 실시한 뒤 오후에 알파벳 순서에 따라 주별로 돌아가며 결과를 발표하는 호명투표(roll call)를 실시했다.
그러나 호명투표 진행 도중 힐러리 의원이 예고 없이 연단에 나와 나는 이미 오전에 오바마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 오바마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정됐다고 선언할 것을 제안한다며 박수를 통해 만장일치로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의원들은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로 그 제안에 응했다.
민주당은 또 이날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정식 지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오바마-바이든 정부통령 후보 체제로 개편돼 67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캠페인에 들어갔다.
후보 지명 절차가 끝난 뒤 연사로 등장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는 미국을 이끌고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할,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이 같은 최고의 헌사는 전날 공화당 측이 힐러리 의원은 미국을 이끌 준비된 후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제기한 갈등설에 쐐기를 박는 한편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의원과의 감정적 앙금이 여전하다는 일각의 관측을 떨쳐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흘째 행사를 마무리 짓는 연설자로 등단한 바이든 부통령 후보는 자신이 블루칼라 계층 출신임을 강조한 뒤 이 시대는 좋은 군인 이상의 현명한 지도자, 미국이 필요로 하는 변화를 가져올 후보를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바이든 의원의 연설이 끝날 즈음 오바마 의원이 예정에 없이 전당대회장에 나타났다. 26일 대회 개막 이후 처음이다. 장내는 박수와 환호 속에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오바마 의원은 바이든 의원 가족과 일일이 포옹한 뒤 청중석의 클린턴 부부를 향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진정으로 국민을 우선으로 섬기는 대통령을 갖는 게 어떤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줬다. 감사드린다고 찬사를 던졌다.
민주당의 새 체제를 이끌어갈 정부통령 후보와 1990년대 초반 이래 당을 사실상 장악해 온 클린턴 집안의 단합을 과시하는 드라마틱하게 짜인 플롯이었다.
사흘째 일정의 마지막을 장식한 오바마 의원은 대회 마지막 날이며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연설을 한 지 45주년인 28일 7만5000여 청중을 상대로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이기홍 하태원 sechepa@donga.com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