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북한 신포 경수로 사업의 청산비용을 부담하는 대가로 넘겨받은 8억3000만 달러(약 9030억 원) 상당의 경수로 기자재가 고철로 폐기될 처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입수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청산 및 기자재 처분대책이란 제목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06년 5월 경수로 사업이 중단된 뒤 8억3000만 달러 상당의 핵심 설비를 떠안는 조건으로 1억6200만 달러의 청산비용을 부담하는 계약을 KEDO와 체결했지만 처분 방법이 없고 보관비용 부담이 커 폐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한전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원자로설비와 터빈발전기는 기술 수준이 최근 기준에 뒤떨어져 해외 수출이 어렵고 설계 요건이 달라 국내 신규 원전에도 활용할 수 없다면서 즉각 폐기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경수로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 2010년까지 보관한 뒤 그 안에 경수로 사업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폐기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보관비용으로만 지난해 114억 원을 썼으며 올해에도 60억 원 이상을 부담한 것으로 김 의원 측은 추정했다. 2010년까지 보관할 경우 최대 5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보고서는 또 한전은 경수로 사업 청산을 위해 손실 보전을 요청한 납품업체에게 약 266억 원을 지급했으며 114억 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경수로 시공사라는 점과 정부의 압력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자재를 떠안았다가 청산비용만 부담한 것으로 김 의원은 분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통일부는 보도자료에서 한전이 손해를 보지 않고 기자재를 활용하게 돼 정부나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좌파 정권의 퍼주기식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유지되는 공기업이 막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며 한전은 경제적 득실을 명확히 따져 빠른 시간 내에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