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와 희망의 바람몰이를 해 오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추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8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승리를 위한 변화의 메시지를 띄어 넘는 플러스 알파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14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매케인-페일린 후보가 변화의 기수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변화는 오바마 후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대중에 확산된 때문이다.
더욱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민주당 내 경선 탈락 이후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던 백인 여성표의 공화당 쏠림 현상 역시 오바마 후보를 위기에 빠뜨린 중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9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백인 여성의 지지율은 50% 대 42%로 오바마 후보가 8%포인트 우세했지만,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에는 매케인 후보 53%, 오바마 후보 41%로 바뀌었다.
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무당파 층에서 매케인 후보 52%, 오바마 후보 37%로 나타났다. 매케인 후보의 무당파 내 지지율은 일주일 전 40%에 비해 12%나 오른 것이다.
위기를 직감한 오바마 후보도 페일린 후보를 직접 겨냥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그는 9일 버지니아 주 연설에서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른다 해도 돼지는 돼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페일린 후보가 3일 수락연설에서 하키맘과 투견()의 차이점은 립스틱을 발랐느냐 여부라며 자신의 터프함을 강조한 내용을 비꼰 것.
오바마 후보의 페일린 때리기는 보통사람을 자처하는 페일린 효과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그만큼 승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인 셈이다.
나아가 이번 대선전은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의 맞대결이지만 언론의 보도 태도는 오바마 대 페일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 후보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들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가 공격수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바이든 후보의 유세는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어 이래저래 오바마 후보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