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부터 짚어 봤으면 좋겠다.
라이프치거 부총재=오랜 기간 매우 낮은 이자율이 계속되면 투자자들은 점점 더 높은 이윤을 찾아 리스크를 감수하게 된다. 물론 정상적인 시스템에서는 그런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에 제한을 두는 규제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시장에선 감독이 부족하거나 규제의 아비트리지(Regulatory Arbitrage나라 사이, 또는 감독기관 사이 규제 강도에 차이가 있을 때 규제가 약한 곳을 찾아가 거래하는 것) 현상이 발생한다. 미국이 그랬다. 미국의 금융부문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선수들이 활동하기 때문에 감독자들이 얼마나 많은 리스크가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가 하강기에 접어들면 리스크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만다.
박윤식 교수=동의한다. 투자은행들의 탐욕과 금융감독 시스템의 실패, 두 가지 요인 가운데 주범은 감독의 실패다. 미국은 규제 체계가 불균형적이다. 즉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보험회사가 제각각 다른 감독기관 관할이어서 규제의 강도가 서로 다르다. 고객의 예금을 받는 상업은행들은 강도 높은 규제를 받았다. 예컨대 자기자본 대비 차입비율(leverage ratio)의 기준은 1 대 12.5인데 실제로는 다들 1 대 10 이하였다. 그러나 투자은행들에 대한 규제는 매우 느슨했다. 자본 대비 차입 비율이 1 대 30을 넘기도 했다.
마크-투-마켓 회계제도도 원인으로 꼽히던데.
박 교수=그렇다. 자산을 장부 처리할 때 현재 시점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이른바 마크-투-마켓 어카운트(mark-to-market account) 제도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실제로 발생한 손실이 아닌데도 회계장부상의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다 보니 은행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우량자산까지 급매하는 악순환이 조장됐다. 투자은행을 감독하는 연방증권거래위원회는 위기가 왔을 때 이 제도를 중단시켰어야 했다.
라이프치거 부총재=이 제도는 개념상으론 좋지만 위기 상황에선 합리적이지 못하다.
7000억 달러 긴급 구제금융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라이프치거 부총재=구제안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미국에는 두 개의 다른 캠프가 있는데 이들이 구제안 거부를 위해 함께 움직였다. 공화당 쪽 거부 그룹은 정부의 역할에 월가 구제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쪽의 거부 그룹은 이윤이 나면 월가가 갖고, 손해를 보면 정부가 돌본다는 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평균적 미국인들, 특히 변동 모기지 때문에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이는 매우 불공정한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게 하원이 구제안을 부결시킨 이유다. 그리고 시스템을 구하고, 거대 금융기관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강조됐지, 궁극적으로 그 혜택이 개개인에게 방울방울 떨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 측면이 충분히 다뤄지면 구제안이 실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