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이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거주하는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칼을 휘둘러 6명이 사망하고 7명이 크게 다쳤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른 혐의로 정모(31)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처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이른바 묻지 마 살인이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로 모두 9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이날 오전 8시 15분경 자신이 거주하는 고시원 3층 B12호실에서 준비한 라이터용 휘발유를 책상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고시원 3층은 불과 5분여 만에 연기로 가득 찼고 정 씨는 복도에서 놀라 대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칼을 휘둘렀다. 이어 4층으로 올라가 정 씨는 이곳에서도 대피하는 사람들을 칼로 찔렀다.
이로 인해 서진(20여) 씨 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박정옥(52여) 씨 등 3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민대자(60여) 씨는 정 씨의 칼을 맞고 4층 창 밖으로 떨어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목숨을 잃었다. 크게 다친 7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범행 뒤 정 씨는 건물 4층 창고에 숨어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검거될 당시 정 씨는 범행에 사용한 칼 외에도 과도 2자루, 가스총을 휴대하고 있었다며 가스총은 2004년에, 과도는 2005년에 정 씨가 직접 구입했지만 이번 범행에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학교 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을 겪었다며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그래서 살기가 싫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 씨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살인 등의 혐의로 금명간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