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계에서 미국 민주당과 인연이 있는 인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경제계는 대체로 미 공화당과의 친분이 더 두터운 편이다. 이에 따라 한국무역협회는 14일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를 초청키로 하는 등 미국 민주당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민주당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대표적인 국내 경제계 인사는 정동수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이 꼽힌다.
정 단장은 1992년 클린턴 행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부차관보(금융서비스업 담당)까지 올랐다. 특히 당시 직속상사인 상무부 장관이 오바마 후보의 정치적인 고향인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재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꼽히는 윌리엄 데일리여서 주목된다.
정 단장은 고교 시절 미국에 이민을 가서 하버드대 사회학과-프린스턴대 행정대학원-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법학대학원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뒤 국제변호사로 활동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미국 공화당 못지않게 민주당 인맥도 탄탄하다. 지난달 19일 공개적으로 오바마 후보 지지를 선언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는 막역한 사이다.
특히 류 회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리는 앨 고어 초청 만찬 강연을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에는 국내 정재계 인사 400500명이 참석해 앨 고어로부터 한미관계 등에 대해 듣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미국 민주당 인맥이 비교적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 모체인 화약사업이 미국 방위산업과 연관이 많아서 부친인 고() 김종희 한화 창업주 때부터 주한 미군 및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다.
김 회장은 이를 토대로 2001년 한미교류협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으며 대미 네트워킹을 넓혔다.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인사로는 오바마를 초기부터 지원한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원회의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위원장, 하원 세입위원회 얼 포머로이 의원이 꼽힌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공화당 라인과 가깝지만 한미재계회의 등을 통해 미국과의 교분이 두터워 민주당에도 통할 만한 인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은 18일 클린턴 정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샌디 버거 전 백악관 안보자문 보좌관 등을 초청해 금융 위기와 미국 차기 정부의 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면서 미국 민주당 인맥을 넓힐 예정이다.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들은 현지 법인 등 공식 조직을 통해 민주당 인사를 접촉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 민주당 인맥이 얇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필요하면 친()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을 통해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해 교분을 다지며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박형준 abc@donga.com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