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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갈등 제조 TV

Posted November. 29, 200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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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상파 3사가 방송하는 드라마만 20개가 넘는 드라마 공화국이다. 24시간 케이블 재방송까지 합치면 하루 종일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상당수 드라마가 불륜 살인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에 따르면 5월 현재 지상파 3사 드라마 21편 중 불륜극이 33%다. 주부를 주 타깃으로 삼는 드라마가 일탈과 파탄극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재생산하니 건강한 TV라 할 수 없다.

MBC 일일 아침 드라마 흔들리지 마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시아버지가 사고로 정신을 잃자 죽에 수면제를 타는 패륜 며느리가 주인공이다.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도 아동학대 방화 고문 살인이 난무하며 대사보다 폭력이 많아 피의 드라마로 불린다. 온 가족이 모이는 시간대인 매일 저녁 8시 25분에 방영되는 KBS 드라마 너는 내 운명도 툭하면 가난한 사람들을 혐오하는 언어폭력으로 계급갈등을 부추기고 도에 넘게 억지 부리는 시어머니를 등장시켜 고부갈등을 극대화시킨다. 30%대 시청률로 10월 종영한 조강지처클럽(SBS)은 아버지 아들 사위가 모두 불륜의 주인공이다.

메인뉴스와 아침 교양프로도 주요한 사회 이슈를 보도하면서 갈등을 부추긴다.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47월 지상파 3사 저녁 메인뉴스의 쇠고기 수입 논란과 촛불 집회 기사 1025건 가운데 집회반대시민(3건)보다 참여시민(159건)을 취재원으로 삼은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정언론시민연대가 분석한 57월 3사 아침교양프로도 쇠고기 협상 및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이 47%(MBC) 23%(KBS) 32%(SBS)로 주제가 편중됐다. 제목과 내용면에서도 시위대에 유리한 보도가 MBC는 무려 90.9%나 됐다.

오락프로를 들여다봐도 말장난이나 일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방송은 국민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발전 및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해야 하며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성별 갈등이나 부도덕한 행위, 음란 퇴폐 폭력 사행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법 5조의 규정은 있으나마나다. 거꾸로 갈등 제조의 역기능이 크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의 존립근거는 품위와 교양 그리고 공정성이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