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에 우리 경제가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같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이 금융시장 일각에 떠돌고 있다. 건설 조선 자동차 같은 주력 업종의 실적이 악화되고 외국 금융회사들이 한국에 투자한 돈을 한꺼번에 빼가면서 제2의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진 터에 이런 괴담까지 나돌아 투자 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
3월 위기설의 기본 전제는 일본 은행들이 내년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일제히 채권 회수에 나서리라는 것이다. 석 달 전 외국인 채권의 만기가 집중으로 촉발돼 시장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던 9월 위기설과 빼닮은 논리다. 인터넷 경제논객인 미네르바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의 대응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위기설을 증폭시켰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 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년 상반기까지 최악의 상황이 진행된다는 전제에서 내년도 예산을 짰다고 말했다. 수출 감소, 내수 위축, 기업 부실 확산, 성장률 하락 같은 악재를 견뎌낼 수 있느냐에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려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는 것과 위기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면 위기설은 결국 설()로 끝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많은 변수들 중 하나를 침소봉대해 비관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경제적 토대를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위기설이 주기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허약해졌고 정부 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의도를 갖고 악의적으로 퍼뜨린 위기설은 시장 파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위기설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기민하고 효율적인 정책 대응으로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차제에 장막 뒤에 숨어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사이버 논객의 실체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 활동하는 사람만이 시장의 위기를 논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