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3일 대표적 개혁과제인 공기업 선진화의 시금석이 될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을 위한 법안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토해양위는 이날 여야의 이견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을 안건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이 법안이 9일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상임위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회기를 마쳤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국회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기국회 성적표는 초라하다.
정부법안 본회의 처리율 13.7%=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달 11일 정부가 법안을 빨리 제출하지 않으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압박에 각 부처는 앞 다퉈 법안을 내놨다.
하지만 9일까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482건의 법안 가운데 본 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66건(13.7%)에 불과하다.
경제 국회를 표방한 18대 국회에서 경제 관련 상임위인 정무위, 기획재정위, 국토해양위의 법안 처리율이 타 상임위 보다 낮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무위에 계류된 법안 153건 중 13건(8.5%), 기획재정위의 255건 중 23건(9.0%), 국토해양위의 261건 중 10건(3.8%)만이 본 회의에서 처리됐다. 이 밖에 교육과학기술위 126건 중 3건(2.4%),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118건 중 3건(2.5%), 행정안전위원회 299건 중 17건(5.7%) 등 주요 상임위의 법안 처리 실적도 저조하다.
제 역할 못한 여야=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 여야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의 떼쓰기와 발목잡기는 철저하게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세출안과 반민주악법에 대해서는 예산안과 다르게 접근할 것이라며 맞섰다.
여야 지도부는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한 당내 구도 때문에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과반수가 넘는 172석의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18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때부터 예산안 처리까지 야당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만 보여줬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 열린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정쟁의 뒷전에서 정작 법안 처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제1야당인 민주당 역시 내부 노선투쟁으로 인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자기 개혁에 실패한 국회=18대 국회가 표방한 것은 일하는 국회다. 그러나 81일이나 지각 개원하는 바람에 촉박한 국정감사 준비, 서둘러 처리한 2007년 결산심사, 부실한 2009년 예산 심사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연중 여는 상임위로 만들어 막판 2,3주 만에 성급하게 해치우는 관행을 바꾸겠다며 예산결산 심사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길진균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