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내몽골 탁구선수들을 이끌고 일시 귀국했던 예전의 탁구 여왕 양영자(44) 씨는 한국 여자탁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공격형 선수들을 대표팀 주축으로 키워야 희망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말 삼성생명 여자팀에 합류한 실업 2년 차 조하라(18)는 양 씨의 이 말대로라면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다.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라켓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몰아치는 그의 기 센 경기 방식은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까지 기죽게 할 만큼 위력적이다. 161cm로 크지 않지만 단단한 하체와 날카로운 눈빛은 상대방을 압도한다.
오른손 셰이크핸드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조하라는 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별명이 탱크. 최영일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이 힘이 너무 넘치는 게 한편으론 단점이기도 하다고 말할 정도. 강약 조절이 필요할 때도 무조건 밀어붙이는 경기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힘을 조절하는 능력은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파워를 키우고 싶어도 능력이 안 되는 선수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조하라는 군산 중앙여고 시절부터 눈에 띄는 선수였다. 고교 3학년 때인 2006년 중앙여고의 전 대회 석권을 이끌었고 실업 선수들도 종종 꺾었다. 실업 1년생이던 지난해엔 국가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태극마크도 달았다. 실업 1년생 대표는 1990년대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였던 유지혜(은퇴)가 1994년 뽑힌 이후 13년 만이었다.
하지만 순탄할 것만 같았던 올해 그의 탁구 인생이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신생팀 현대시멘트에 입단했지만 구단이 경영 악화로 올해 10월 중순 갑작스럽게 해체돼 갈 곳을 잃은 것. 다행히 오랫동안 조하라를 주목해왔던 삼성생명이 손을 내밀었다.
조하라는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공백기가 그렇게 길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지난달 KRA컵 슈퍼리그에서 팀의 준우승을 이끌며 큰 역할을 해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 진출 여부가 달려 있던 대회 2라운드 대우증권과 경기에서 상대 팀 에이스 이효심을 꺾은 게 하이라이트였다.
최 감독은 승부 근성과 파이팅이 좋아 팀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잘 다듬으면 크게 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조하라는 서브 리시브를 보완해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표로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