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이스터고

올해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인 추동엽(19) 씨는 벌써 월급을 타서 부모님께 드렸다. 대학 졸업생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인 삼성전기에 2주 전부터 입사해 2주일 치 월급을 받은 것이다. 그는 삼성전기가 채용한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112명 중 한 사람이다. 대졸 백수가 넘쳐나는 취업 빙하기라 대학생 친구들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추 씨는 대학은 일하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면서 학위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얻기 위해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공고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이들은 대학 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회사 안에 설립된 사내대학에서 대학 과정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교수를 비롯한 강사진들이 직접 사내 강의실로 와서 가르쳐주니 시간과 학비도 절약된다.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면 대학졸업장이 나온다. 취업률이 높기로 유명한 거제공고는 삼성중공업과 협약을 맺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졸업생들은 삼성중공업공과대학에 진학해 계속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공고 농고 등 전문계 고교가 한 단계 더 고급화된다.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마이스터고등학교가 지정돼 학생을 뽑는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비가 전액 면제되고 취업 때 입영이 연기될 뿐 아니라 특기병으로 병역을 마칠 수 있다. 군대 때문에 경력을 손해 보는 일이 없게 된다. 이미 수도전기공고 부산자동차고 경북기계공고 원주정보공고 충북반도체고 합덕제철고 군산기계공고 구미전자공고 거제공고 등 9개 학교가 개교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모두 50개의 마이스터고가 지정되면 명실 공히 마이스터(기술장인)를 배출하는 명문고로 성장할 것이다.

고학력자들의 취업도 바늘구멍이다. 학력을 낮춰 위장취업이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50, 60대 중년들 사이에선 자녀들이 취직했는지 물으면 징역 몇 년 형이라는 유머도 퍼져 있다. 취업해 돈벌면서 대학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효자 중의 효자다. 대학을 나와 봤자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캥거루족이 될까 봐 걱정이라면 마이스터고 적성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마이스터고 출신이 특목고 자사고 출신 못지않게 잘돼야 비로소 선진사회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