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해 대외활동 본격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의 외국 인사 접견은 지난해 6월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을 면담한 이후 219일 만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외국 인사를 7개월이 넘도록 만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나라를 북한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정수리 부분 머리가 많이 빠져있고 왼손이 부어 있어 완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성하지 않은 모습으로 왕 부장을 만나고 사진을 공개한 뜻은 무얼까. 그는 과거에도 우리의 설에 해당하는 중국 춘절 무렵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사를 갖곤 했다. 이번에 왕 부장을 접견한 시점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사흘 뒤라는 점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한은 한반도를 비핵화하려 힘쓰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가 왕 부장한테 했다는 말은 중국과 미국을 향한 립 서비스 같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한이 육해공 전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군복 차림으로 조선중앙TV에 나와 대남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전쟁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까지 강화하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6자회담 합의를 무시한 채 북핵문제 해결에 앞선 북-미 관계 정상화를 요구했다. 긴장상태를 원하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말과는 딴판이다.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무시한 채 핵개발을 강행한 북한이 지금도 핵 불능화를 거부하고 있는데 한반도 비핵화에 힘쓰고 있다는 말을 믿으란 말인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서 북한을 오랫동안 경험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퇴임을 한달 여 앞둔 작년 12월 17일 아무도 북한을 믿지 않는다. 바보나 북한을 믿는다라고 쏘아붙였다. 김 위원장은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립 서비스로 오바마의 미국도 오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