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롭게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 앞에 등장한 건달들. 남자는 사방에서 달려드는 건달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여자친구를 되찾기 위해 태권도장을 찾은 남자. 도장 사범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남자는 태권도를 배운 뒤 극적으로 건달들을 물리친다.
영화 줄거리가 아니다. 태권도 시범 프로그램에서 펼쳐진 퍼포먼스다.
태권도와 뮤지컬이 태권도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가 됐다.
국기원은 30일 오후 2시부터 1시간에 걸쳐 서울 역삼동 국기원에서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시범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연을 준비한 개그맨 출신 뮤지컬 연출자 백재현 감독은 최소한 지루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결과는 백 감독의 엄살로 판명이 났다.
공연 내내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태권도의 화려한 발차기와 역동적인 품새에 결합된 웅장한 음악과 시범단의 연기는 관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중간 중간 흐름이 끊긴다거나 진행 방식이 단조로웠던 예전 태권도 시범의 문제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태권도 시범을 처음 봤다는 홍금단(31) 씨는 다른 공연은 많이 봤지만 오늘처럼 손에 땀을 쥐고 본 적이 없었다며 10분만 지나면 지루할 것이란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며 웃었다.
3부로 나눠진 이번 공연은 다양하고 화려한 동작에 볼거리를 접목해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연에서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김재승(28용인대) 씨는 사실 처음 한 달 동안은 죽어라고 공연 연습만 했다며 그땐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공연 뒤 느껴지는 이 흐뭇함과 관객들의 분위기를 보니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 지나치게 적은 관객 수는 옥에 티. 시범 공연이었다고는 하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빈 객석은 안타까움을 남겼다.
국기원 이근창 사무처장은 국민의 관심과 애정은 태권도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끌어올리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국가적인 지원과 국민의 애정, 수준 높은 공연이 삼위일체가 된다면 태권도는 전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