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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말하실 겁니다. 어서 오너라, 내 사랑하는 바보야

하느님께서 말하실 겁니다. 어서 오너라, 내 사랑하는 바보야

Posted February. 21, 20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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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은) 이제 혜화동 할아버지가 아니라 한국의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연세가 많아지신 다음에는 도저히 (세상에 진) 빚을 갚을 길이 없음을 알고 요 모양 요 꼴이라고 탄식하며 자신에게 바보야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분명 이렇게 말하실 것입니다. 어서 오너라. 내 사랑하는 바보야. 그만하면 다 이뤘다고.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장례미사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강우일 주교(64사진)가 주교단을 대표해 고별사를 낭독하자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하는 참석자들이 적지 않았다.

강 주교의 고별사 한마디 한마디에는 추기경을 곁에서 줄곧 지켜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십 년에 걸친 세월의 정()이 묻어났다.

그는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던 1977년 보좌신부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교구 교육국장과 홍보국장, 보좌주교를 지내며 추기경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혔다. 추기경이 양아들처럼 그를 아꼈다는 후문이다.

그가 추기경이 2년여 동안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자 미사장에는 정말 그렇게까지야라는 놀라움과 슬픔이 교차했다.

언제부턴가 소화도 안 되시고 배설도 당신 뜻대로 안 되시니 인간의 기본적 신체 기능이 거의 마비되어 가셨습니다. 화장실만은 당신 힘으로 가시려던 마지막 자존심마저 포기하시고 당신 몸을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내맡기셨습니다. 계속되는 육신의 한계 상황을 온몸으로 겪어 내시며 정신적으로도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힘겹게 싸우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 싸움은 저희가 아무것도 도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주교의 입에서는 나오기 힘든 표현까지 쓰며, 김 추기경에게 더는 힘이 되지 못했던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우리 추기경님, 무슨 보속(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할 것이 그리도 많아서 이렇게 길게 고난을 맛보게 하십니까? 추기경 정도 되는 분을 이 정도로 족치신다면 나중에 저희 같은 범인은 얼마나 호되게 다루시려는 것입니까? 겁나고 무섭습니다.

그러면서 몇 주일 전에는 주님, 이제 그만하면 되시지 않았습니까? 우리 추기경님 좀 편히 쉬게 해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김갑식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