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12일 노동운동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달 초 조직 간부의 성폭행 미수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작된 범사회적인 반()민주노총 정서는 산하 사업장의 잇단 반발에 이어 제3의 노총 건설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위기 탈출을 위해 이날 혁신 대토론회를 개최했지만 오히려 그동안의 누적된 불만만 표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장장 10시간에 이르는 혁신 대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진보 인사들로부터 애정 어린 비판과 조언을 듣자는 취지.
그러나 이 자리는 오히려 현재의 민주노총이 단순한 위기 수준이 아니라 해체 직전의 상황임을 방증하는 자리가 됐다.
정윤광 노동전선 정책위원은 민주노총은 내부 곳곳에서 이미 암이 자라고 있어 머지않아 사망할 위기에 다가가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4, 5년 전부터 암에 걸렸다고 지적했지만 이제는 암 덩어리가 온몸으로 퍼져 구제할 길이 없다며 민주노총의 혁신은 이제 불가능하고 사망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일 혁신연대 집행위원은 민주노총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며 실천 없이 10년 넘게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위기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부의장도 민주노총은 경험이 부족한 일꾼과 전문성은 있으나 관료화된 간부들의 복합체라며 사람들은 민주노총이 리모델링을 시도하는 시기는 끝났고 이제는 (헌) 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없는 민주노총의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은 정규직 노동자의 대변인으로 전락했고, 이익단체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2010 상임위원은 민주노총이 노조가 책임져야 할 많은 문제를 정권과 자본의 탄압으로만 돌린 채 자기성찰을 외면하고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지 않았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