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28일 밤 귀국했다. 지난 해 4월 총선 낙선 후 미국으로 떠난 지 10개월여 만이다. 이 전 의원은 27일 일본에서 하루 묵은 뒤 가족들에게도 시간을 알리지 않은 채 밤 10시 30분경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항에는 의원 시절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만 마중 나왔다.
이 전 의원은 일본에서 2001년 도쿄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귀국 후 김포공항에서 곧바로 고향인 경북 영양으로 갔다. 그곳에서 하루를 묵고 선영을 들렀다. 29일에는 경기 용인의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치는 현역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면서 경제가 어려우니 나는 서민들이 편하게 살도록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또 대학에서 초청이 오면 강연도 좀 하고 책도 쓰면서 정부가 돌아가는 것을 밖에서 살펴보려고 한다며 여유가 있으니 나라의 미래 전략을 짜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문제도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재개 여부에 대해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당분간은 경제 문제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며 정치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화합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 떠나 있어 당 사정을 잘 모르지만 지나간 일은 다 털고 미래를 향해 하나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친이, 친박을 가르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귀국 시점을 전후해 이명박 대통령과 통화했는지에 대해 한국에 들어와서는 아직 못했다고만 했다. 이 의원은 10월 재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그 지역(서울 은평을)에 현역 의원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르다며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의 한 측근은 이 전 의원이 당분간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묵언()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