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거래 규모가 드러날수록 노 씨 측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철저한 법적 대비를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역력하다. 부인 권양숙 씨가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부탁해 박 씨 돈을 받아썼다고 밝힌 부분부터 그렇다.
박 씨는 달러와 원화 현금 10억원을 가방에 넣어 노 씨 측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박 씨는 노 씨 측의 요청으로 이 돈을 보냈지만,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하지는 않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노 씨가 사과문을 통해 밝힌 내용은 상당부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노 씨는 집(부인 권양숙 씨)에서 정상문 비서관에게 부탁해 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아 검찰에서는 빌려 쓴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돈 전달 방법을 보면 처음부터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한 냄새가 짙다. 만약 합법적으로 차용한 것이라면 가방에 무거운 달러와 원화 현금 다발을 넣어 전달하는 전형적인 뇌물전달 수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돈 흐름의 추적을 막기 위한 수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
퇴임 직후인 작년 3월 봉하마을 저택 건축비용으로 빌렸다는 15억원도 합법을 가장한 불법 돈거래였을 가능성이 있다. 1년간(2008년 3월 20일2009년 3월 19일) 월 7%의 이자로 빌린다는 차용증을 썼지만, 차용기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갚지 않았다고 한다. 집을 지어 갚을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거액을 빌렸다면 애초부터 갚을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차용증이 있더라도 박 씨가 집행 안하면 그만이다. 차용증을 이용한 뇌물 수수는 과거에도 비리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쓰던 수법이다.
조카사위 연철호 씨 계좌로 들어간 500만 달러 역시 노 씨를 포함해 아들 건호 씨와 연 씨 등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 씨가 사업기반도 약한 조카사위의 무엇을 보고 투자를 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박 씨에게 투자를 권유하러 갈 때 건호 씨가 동행한 이유도 의문이다. 노 씨는 특별한 호의적 동기에서 나온 투자라고 말했지만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퇴임 후에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도 그렇다. 재임 중이던 2007년 8월 호텔에서 박 씨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상문 비서관 등 3명이 만났을 때 이미 박 씨는 500만 달러가 노 씨에게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씨 측의 이런 법망 피하기 수법이 검찰에서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