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운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세습이 시도되고 있는 모양이다. 북 당국은 지난달 28일 해외 공관장들에게 김정운 후계자 내정 사실을 알리고 주민들에게 김정운을 김 대장으로 부르며 칭송하는 노래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 일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 뒤에서 정치권력을 가업() 삼아 자자손손 복락()을 누리려는 것이다.
북의 3대 세습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북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켜 한반도에 동족상잔의 피를 뿌렸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해 무고한 동족을 살해했고, 우리 대통령과 정부 고위인사들을 겨냥한 아웅산 테러도 자행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두 번이나 서해에서 무력 도발을 해 우리 군인들이 전사하거나 다쳤다. 북의 권력세습은 대남() 적화야욕과 호전성을 대대로 이어간다는 뜻이다.
지금 북은 과거 권력 승계 때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 직후에 김정운의 후계자 내정을 공식화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무력시위를 김정운의 업적으로 둔갑시켜 권력 기반을 다지려는 술책이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지명받았지만 북은 그 이전인 1969년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와 미 정찰기 격추가 김정일의 작품이라고 선전했다. 북이 이번에는 김정운의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김일성 3대는 북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행의 근원이다. 그들은 한정된 국가자원을 독재권력 유지와 군사력 강화에 쏟아 부어 주민들이 끼니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아사자()만도 수백만을 헤아렸다. 북에는 자유도, 인권도 없다. 2300만 주민을 지옥과 같은 삶으로 내몬 전제()주의 세습왕조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세계는 비웃음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3대 세습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김정운과 두 형 사이에 권력투쟁이 생길 수도 있다. 탈북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주민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병약한 김정일이 장기간 아들을 보호해 무사히 권좌에 오르게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정운 세습을 강화하기 위한 북의 도발에 우리가 탄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의 혼란이 한반도 전체로 확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