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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도 야도 서민을 희롱하지 말라

Posted June. 29, 20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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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새삼스럽게 서민()정치 경쟁에 돌입한 느낌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려 해도 강부자 정권이라는 낙인을 꼭꼭 찍으며 자신들만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런 야당과 좌파세력의 선전공세에 더는 시달릴 수 없다는 듯이 서민 껴안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시장에 찾아가 상인들의 고정()을 듣고 떡볶이도 먹었다. 그러자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대통령이 떡볶이 집에 가면 손님 떨어진다고 했다던가 망한다고 했다던가 해서 여당과 제1야당이 수준 이하의 말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말로만 서민 타령을 하고 시원한 에어컨바람 밑에서 (국회 개원을 거부하는) 귀족 파업을 한다고 꼬집었다.

여()건 야()건 서민을 상호 정치공방의 소재로 삼을 뿐,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고 빚에 쪼들려 죽음을 생각하거나 가정이 해체되는 벼랑 끝 서민의 처절함을 함께 고통스러워하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주려는 진정성() 있는 정치에 매진하는 모습은 결코 아니다. 얄팍한 립 서비스로 서민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가벼움도 역겹고, 진실로 서민을 위하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천착하지 않은 채 계층간 갈등이나 부추기는 포퓰리즘 정치에 분노마저 치민다.

바로 지난 정부인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서민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아서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서민의 삶이 수렁에 빠지듯 했단 말인가. 걸핏하면 20 대 80 운운하며 부자 20을 때려 서민 80을 살리겠다는 식으로 입에 발린 소리를 해왔지만 서민의 삶아지기는커녕 빈부격차가 오히려 커졌다. 심지어 2%의 부자를 정밀 타격해 98%의 국민을 즐겁게 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를 만드는 등 갖가지 세목()으로 큰 집 가진 국민을 애먹였지만, 그것이 서민을 위한 대책이 되지 못했음은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바와 같다.

서민과 중산층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기업형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서민 챙기기이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제도적, 사회적 환경을 정비하는 일이야말로 서민을 포함한 국민을 생각하는 정당이 취해야 할 자세다. 제조업에서 두드러진 고용 없는 성장을 감안할 때 금융 미디어 IT 교육 의료 등 각종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중산층을 육성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민주당은 금융이나 미디어산업 개혁을 재벌을 위한 악법으로 몰아붙이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방송이나 노동 기득권 세력의 폐해를 바로 잡기는커녕 그들과 손을 잡고 걸핏하면 장외투쟁으로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자영업자 등 서민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10년간 집권하면서 신()기득권을 누린 이들이 서민 운운할 도덕적 자산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서민경제를 외치는 과거 정권 실세 및 가족들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런 축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밝혀진 적은 없다.

정권교체 후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일차적 책무는 좌파정권의 적폐()를 청산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 정권은 확고한 원칙도, 소신도 없이 소수 야당과 사회 각계의 좌파세력에 끌려 다니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 움찔하며 물러서는 행태를 반복했다. 편향된 이념과 신기득권 되찾기에 집착하는 일부 세력의 위선을 드러내고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는커녕 계파간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서민의 삶을 보듬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권교체의 대의에 대한 근본적 천착 없이 패배주의적, 분열주의적 행태가 이어진다면 반대세력은 더 기세를 올리고 지지세력의 이탈은 가속화할 것이다.

기업이 발전해야 연쇄효과에 의해 중산층과 서민의 삶도 향상된다. 이를 외면하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입으로만 서민을 외치고 기업의 기를 꺾는다면 민생과 경제는 더 어려워질 뿐이다.

서민들의 계층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넓은 길이 교육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십수 년 전만해도 가난한 집 아이가 단칸방에서 부모형제와 함께 지내면서도, 학원 한번 안 가고도 이른바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 들어가고 사회에서도 성공해 집안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평등 교육을 금과옥조처럼 강조하고, 교육민주주의를 외치는 세력이 정권과 교육계를 장악한 지난 10년간 서민층이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지기만 했다. 평준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공교육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사교육 없이는 교육의 경쟁력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공교육에만 의지해야 하는 가난한 집안 아이들과 비도시지역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가난의 한()을 풀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런 점에서도 지금까지 서민을 입에 달고 살면서 실은 서민의 삶을 격상시키는데 방해꾼이 되기만 했던 정치권과 교육계가 함께 맹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지금의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사기적() 정치를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