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결의 1874호가 금지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를 싣고 미얀마로 향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온 북한 선박 강남1호가 돌연 항로를 바꿔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지난달 30일 익명의 미국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강남호가 홍콩 남쪽 400km 지점을 항해하다 지난달 29일경 갑자기 뱃머리를 돌려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며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다른 목적지를 향해 항로를 바꾼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방향을 선회하도록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남1호의 항로 변경은 기착지로 알려진 미얀마 정부가 입항하면 선박검색을 하겠다고 북한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나왔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30일 미얀마 외교부의 교육연구외국어 담당국장이 지난주 미얀마 주재 김석철 북한대사를 불러 미얀마 당국이 직접 강남1호를 수색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강남1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6월 12일 WMD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배에 대한 해상검색을 전 유엔 회원국에 촉구하는 내용의 대북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미 이지스 구축함 존 매케인호의 추적을 받아 왔다.
한편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등 WMD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의 무역회사와 북한을 지원한 이란 기업에 대해 자산동결 및 거래금지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1874호 결의 채택과는 별도로 취한 독자적인 첫 제재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0일 낸 성명에서 행정명령 13382호에 근거해 1990년대 말 이후 우라늄농축에 사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관 등 장비 구입에 관여해 온 평양소재 무역회사 남촌강(NCG)이 보유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 및 개인과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재무부 역시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혐의로 이란 남부 키시 섬에 있는 홍콩일렉트로닉스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문제 삼지 않아온 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이란, 시리아 등으로의 핵확산 문제도 정면으로 문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