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의 최저기온은 섭씨 18.7도, 최고기온은 29.7도였다. 이처럼 하루에도 수은주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환경에서 살다보면 1도는 별 것 아닌 걸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구 전체로는 1도의 의미가 크다. 환경저술가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을 보면 지구의 평균 대기온도가 1도만 상승해도 미국 대평원을 비롯한 곡창지대가 황폐화되고 산호초가 붕괴되며 남극과 북극 등의 영구 동토() 층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돼 지난 한 세기 지구 기온이 0.7도 상승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앞으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얼마까지 올라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학자마다 다르다.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은 2007년 4차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경우 2100년까지 1.1도 상승하고 최대치로 배출하면 6.4도까지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약 7만 년 전 인도네시아 섬의 화산 대폭발로 화산재가 대기권을 뒤덮었을 때 기온이 크게 낮아졌던 적이 있다. 이 때 우리 조상인 현생 인류의 수는 1만5000명에서 4만 명 사이로 급감했던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8000년 전 지구 기온은 지금보다 6도 낮았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발견되는 빙하의 흔적이 말해주듯 이때 북미대륙은 대부분 얼음으로 덮였다. 이는 온도가 6도 내려갔을 때의 일이고 반대로 6도 상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과학자의 추론범위를 넘어선다.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은 지구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시기 이전인 100년 전을 기준으로 2도 이내로 묶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고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지에 관한 액션플랜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책임을 왜 개발도상국에 떠 넘기냐는 중국 인도 등의 반발도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라이너스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2도 오르면 비를 동반하는 몬순기후의 성격이 변하고 초대형 가뭄이 발생하며 더위에 지친 노인들이 수력발전소 가동중단으로 정전된 집에서 죽어간다. 그래도 2도 상승으로 멈춰준다면 반가워해야하는 것이 현대인의 처지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