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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아남자 세계는 무역전쟁 중

Posted August. 13, 200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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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마주칠 때마다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경기부양 사업에 자국산 원자재만 쓰도록 한 조항 때문에 캐나다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요즘 캐나다에는 미국의 보호주의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공공물품 조달 시 자국산을 우선 구매하자는 결의안이 속속 채택됐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무역장벽을 둘러싼 국가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 간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경제대국 간, 혹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법률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서 전방위 무역투쟁이 진행 중인 셈이다.

사방이 무역 경쟁자

세계무역기구(WTO) 2009년 국제교역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올해 반덤핑 관세는 지난해보다 28% 증가했다. 세이프가드 같은 무역보호 조치들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고, 업계의 수입규제 요구 건수도 34%나 많아졌다. 올해 세계 교역규모는 1년 전에 비해 3분의 1가량이 줄었다.

수출길이 가로막힌 신흥경제대국들은 최근 WTO에 선진국을 제소하며 본격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이달 초 자국산 볼트와 가금류에 대한 무역장벽을 문제 삼아 유럽연합(EU)과 미국을 WTO에 공식 제소했다. 중국 상무부는 당시 앞으로는 WTO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무역장벽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도도 최근 EU의 의약품 통관제도를 놓고 WTO 제소를 준비 중이다.

WTO 제소가 과거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예전에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덤핑이나 무역 규제를 주로 문제 삼았던 반면 이제는 신흥경제대국이 선진국 시장을 뚫으려는 반격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

서로를 견제하려는 신흥경제국 간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10개월간 중국을 상대로 WTO에 접수된 분쟁 건수 77건 중 40%는 인도가 차지했을 정도.

향후 무역분쟁 더 늘어날 것

최근 글로벌 교역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리고 실업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만큼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WTO는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경기침체 때문에 무역장벽을 높이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어느 순간 위험할 정도로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TO의 규제를 피해가는 지방정부 차원의 물품 조달사업 같은 경우 수입산 차별 정책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 7년 이상 끌어온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아직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 기후변화 정책을 놓고 개발도상국들이 그린 장벽이라는 사실상의 무역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분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