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9시 55분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갑산공원묘원.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최진실 씨 묘역 근처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군복처럼 보이는 옷과 조끼를 입고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와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40분 넘게 최 씨 묘역 주변을 서성댔다. 잠시 모습을 감췄다가 나타난 남자의 손에는 마대자루가 들려 있었다. 챙이 넓은 등산용 모자도 쓰고 있었다.
오후 10시 44분 남자는 마대에서 손망치를 꺼내더니 최 씨 분묘를 내리쳤다. 몇 차례 망치질을 계속한 뒤 남자는 항아리 모양의 유골함을 꺼내들고 사라졌다. 이때가 정확히 오후 10시 46분. 1분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액자 등으로 깨진 분묘를 가리고 자취를 감췄다. 이로부터 약 5시간이 지난 5일 오전 3시 36분경 남자가 다시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물과 걸레를 이용해 묘역을 깨끗이 청소한 뒤 오전 3시 41분 사라졌고 이후 나타나지 않았다.
최 씨의 유골함을 훔쳐가는 범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묘역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이 20일 공개됐다. 범행은 당초 알려진 추정 시간(14일 오후15일 오전)보다 열흘가량 앞서 이뤄졌다. 경찰은 CCTV 화면을 정밀 판독해 용의자 신원이 파악되면 공개 수배할 방침이다. 경찰은 범인을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대리석을 다루는 일에 숙달된 것으로 보이고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동일수법 전과자나 관련 업계 종사자 등을 상대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