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끌고 현대자동차가 밀고.
코스피가 1년 1개월 만에 1,600 선을 넘어선 것은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두 대장주의 힘 덕분이다. 24일 삼성전자는 78만3000원으로 전날보다 2만6000원(3.4%)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5월 15일 76만4000원 이후 최고치다. 현대차도 10만7500원으로 4500원(4.4%) 올라 이틀째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 갔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승자로 떠오르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이 앞 다퉈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식물에는 독이 숨어 있기 마련. 대장주의 힘이 꺾이는 순간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관건은 언제 실물경기가 되살아나 중소형주들로 온기가 옮아갈 것인가에 있다.
삼성전자 이번엔 100만 원 가나
두 대장주에 대해 증권사들은 추가 상승의 여력이 크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17일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를 100만 원으로 크게 올리는 보고서를 발 빠르게 내놓았다. 많은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시장의 눈은 이번엔 삼성전자가 100만 원 징크스를 깰 것인가에 쏠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상승곡선을 타면 항상 삼성전자 목표주가 100만 원이란 구호가 나왔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때 그랬고 2004, 2006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카드사태와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악재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고 삼성전가 주가 100만 원은 징크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많다. 무엇보다 이익의 질이 개선됐다는 것. 키움증권 김병기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올해 8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순이익 규모는 2004년(10조 원)이 더 많았지만 삼성전자가 이날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이 회사의 3개 사업부문이 골고루 선전하고 있어 내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이 기대된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004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고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할 때였지만 지금은 막 오르는 시점이다. 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도 2004년과 비교되지 않게 실적 기대감이 크다. 무엇보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노키아에 이어 명실상부한 2위로 자리매김을 했다. 저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강력한 마케팅을 펼친다면 2011년에 1위도 노려 볼 수 있다는 것.
이틀째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현대차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교보증권 송상훈 기업분석팀장은 이날 목표주가를 12만 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투싼, 쏘나타 등의 신차효과로 내수 및 해외시장 점유율이 오르고 있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고스란히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보증충당금이 지난해 4000억 원에서 올해 130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든 덕분에 영업이익이 올해 1조7800억 원으로 기존 예상치보다 15%가량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가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승자가 됐다는 의미라며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는 부담이 있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감안한다면 추가상승의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언제까지 살까
대장주가 이끌어가는 증시는 항상 큰 부담을 안고 간다. HMC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며칠간 상승종목보다 하락종목이 많았는데도 주가가 계속 오른 것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대형주의 상승세가 끝나면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관건은 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세. 이날도 외국인은 3238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시작되거나 재정긴축을 펴 유동성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외국인의 매수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꾸준히 사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주식 선호는 먼저 코스피가 올해 초보다 크게 올랐지만 상대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를 기업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4월에는 13배였는데 최근에는 12배 정도로 줄었다.
국내에서는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지만 글로벌 펀드에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문기훈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수혜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국제유가(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가 74달러까지 올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부각된다면 돈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 신수정 artemes@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