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이나 출장길에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케이블TV를 틀면 한국 뉴스와 드라마를 방영하는 한국어 채널을 볼 수 있다. 미국 800만 케이블 가입가구에 24시간 내내 한국 방송과 자체 뉴스를 방송하는 tvK 채널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에릭 윤 tvK 대표(48)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tvK를 미국 한인 사회의 정치적 입지를 보장할 대표 채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윤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은행과 메릴린치 UBS 등 자산운용사에 몸담았다. 미디어 분야 인수합병 업무를 맡다가 방송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2005년 tvK를 창업했다.
그는 tvK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방송망 확보부터 말했다. 채널이 살아남기 위해선 망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는 망 확보를 위해 미국 1위의 케이블망 사업자 컴캐스트의 지분 25%를 유치했다며 내년 말까지 1500만 가구에 tvK 채널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케이블 가입자가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기본 채널 중 한국어 채널은 tvK가 유일하다. 현지에 한국의 지상파 3사도 진출했지만 가입 가구 3만4만인 위성TV 유료채널에 나가고 있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tvK2 신설을 위한 프로그램 구매와 협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tvK가 뉴스 드라마 스포츠 위주의 채널이라면 TVK2는 영화 오락 뮤직비디오 등 젊은 층을 겨냥한다며 재미동포에게 한국 투자 정보를 주기 위해 부동산, 주식 투자 등 재테크 프로그램도 구매해 방영할 예정이다.
그는 망 확보를 성공적으로 마친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 2단계로 킬러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다. 4월 미국 여성프로골프대회(LPGA) 중계권을 확보해 한국어 해설을 붙여 5개 대회를 실시간 방영했습니다. 내년엔 19개 대회를 중계하려고 합니다.
그는 한류를 이용한 드라마 펀드와 제작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컴캐스트의 미국 내 아시아 채널은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 필리핀 베트남 등 27개. 윤 대표는 이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한국 제작사가 드라마를 만들게 하고 이를 각국에서 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각국 방송사는 해당 국가에서 저작권을 갖고, 한국 제작사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우리도 미국에서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방송할 수 있는 윈-윈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미디어관계법을 통과시켜 종합편성 채널 등을 신설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좀 늦었지만 한국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tvK의 미래상을 물었다.
미국 내 히스패닉계는 인구(2500만 명)도 많지만 방송사를 가지면서 주류 사회에서 대접받기 시작했습니다. tvK가 그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우리는 광고도 한인 광고가 아니라 스타벅스 맥도날드 도요타 등 대기업 광고를 유치합니다. 한인 사회의 구매력과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이죠. 대신 우리 방송사는 한인 사회의 정치적 목소리를 담으려고 합니다.
서정보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