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이 중국 등에서 돈을 받고 산업폐기물을 들여와 땅에 묻거나 시장에 내다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북한 과학자들이 북한이 중국의 산업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숙청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24일 함경남도의 소식통을 인용해 함흥화학공대 토질조사연구소(팀)가 중국산 산업폐기물 매립에 따른 국토오염 실태조사 연구논문과 함께 그 대책을 촉구하는 편지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냈다가 연구소가 강제 해산되고 해당 간부들과 연구원들이 전원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연구논문에는 중국의 산업쓰레기가 어떻게 유입되고 버려지는지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며 공장 기업소들이 오수정화장을 설치하지 않고 오염 물질을 마구 강물에 버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경고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사실상 우리나라(북한)가 중국의 산업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평양시 수돗물조차도 먹는 물로는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연구논문과 건의서를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 비서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당 중앙위는 과학자들이 규정된 보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 비서에게 직접 보고한 것이 종파 행위라며 연구소 폐쇄와 간부 숙청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외국 산업폐기물 반입은 북-중 접경무역의 형태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중국 업체들이 자국의 환경 기준대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보다 북한에 돈을 주고 매립하는 게 더 싸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폐기물을 들여오는 나라도 중국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일부 외화벌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 독일과 프랑스에서 폐비닐을 t당 300달러씩 받고 들여와 땅에 묻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외화벌이 기관은 중국 등이 돈을 주고 버린 물건을 들여와 폐기하지 않고 시장에 내다팔아 두 배의 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인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외화벌이 기관들이 중국 등에서 폐플라스틱 용기나 폐타이어, 폐식용유 등을 돈을 받고 들여와 시장에 내다파는 사례가 흔하다고 말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