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이완구 충남지사 사퇴 충청권 회오리(일)

Posted December. 04, 2009 09:19,   

日本語

이완구 충남지사가 정부의 세종시 계획 수정 추진에 반발해 3일 지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 원안 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해왔다며 세종시 수정이 공론화된 지금 누군가는 법 집행이 중단된 점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원안보다 나은 대안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지금 우리가 효율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고도 남을 신뢰라는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광역단체장의 사퇴는 김혁규 경남지사가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지사직을 사퇴한 이후 처음이다. 김 전 지사의 사퇴 당시엔 여권과의 물밑 조율설이 나돌았다. 반면 이 지사의 사퇴는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반발에 따른 것이어서 이례적이다. 이 지사는 절대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내년 지방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의 사퇴로 정부는 세종시 수정 추진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이달 중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이 지사의 사퇴가 불타는 충청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한나라당 소속 강태봉 의장 등 충남도의회 의원 20여 명은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지사의 지지자들은 이날 충남도청으로 몰려가 이 지사의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이 지사의 사퇴를 순수한 정책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당내에서는 수정안에 부정적인 지역 민심을 발판 삼아 향후 충청의 대표주자로서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사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썼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충청권 맹주를 놓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의원이 겨루는 상황에 이 지사까지 합류해 앞으로 경쟁이 3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가 지사직을 사퇴하면서도 탈당하지 않은 것은 충청권에 영향력이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여권의 권력지형 재편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얘기다. 서울의 한 재선의원은 정부 정책이 맘에 들지 않으면 탈당을 하고 지사직은 지키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정훈 이기진 sunshade@donga.com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