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자동차회사에서 2004년에 102시간, 2005년 158시간, 2006년 324시간, 2008년 478시간의 파업이 있었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임금이 없다. 조합원들은 당연히 임금을 받지 못했지만 노조 간부들은 모두 받았다. 또 다른 자동차회사는 올해 200시간 파업으로 조합원 1인당 103만 원씩 못 받았지만 노조 전임자들은 임금에 초과근로수당까지 얹어 받았다. 노조 전임자들에게만 주어진 특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 회사 측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면 노조가 사용자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조합법에도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조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으나 올해 말까지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됐다. 오랜 관행이 갑자기 중단되면 노조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명분에서였다. 외국에선 단체교섭 고충처리 산업재해예방 등의 업무에 한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타임오프제(Time off근로시간면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노동부와 한국노총 경영자총연합회는 내년 7월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노조의 필수 활동에 대해 임금을 주는 타임오프제를 적용하기로 4일 합의했다. 외국처럼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업무 시간만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노조는 어용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아도 되니 떳떳하고, 사용자 측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지킬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노사간 속셈은 서로 다른 것 같다. 노조는 타임오프제를 하면 예전처럼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고, 사용자 측은 노조 측의 계산대로 될까봐 걱정이다.
노사정 합의문에 타임오프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것이 불씨다. 타임오프제 실시로 상급 노조단체로 파견된 노조 간부에 대한 지원이 금지되고 기업 부담이 줄어들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노조 전임자 수가 되레 늘어나고 노조의 필수 활동시간을 확대하면 타임오프제는 하나마나다.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던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게 된다. 타임오프제의 구체적 기준을 명확히 해야만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