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 머무는 동안 계속 시달린 것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요구였다. 보즈워스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보즈워스 대표에게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거듭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전부터 이런 의도를 내비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 양자대화의 최대 현안은 한반도평화체제 수립이라며 그 외의 잡다한 문제는 주된 의제로 상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신보는 5일에도 조선반도의 평화보장을 위해서는 북-미가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국제사회의 선() 비핵화 요구를 피하고 자기네 요구부터 관철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6자회담과는 별도의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화협정은 625전쟁 당사자인 남북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 명시된 대로 별도의 포럼에서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북한이 우선 해결과제로 내세우는 것들은 대부분 논점을 흐리고 논의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기 위해 내놓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초에는 미국이 경수로 문제를 해결하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얘기했다가 슬그머니 이런 주장을 접었다. 오히려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도발의 강도만을 높였다. 과거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2007년 8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지만 북한의 핵개발은 계속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두 번이나 한 만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비핵화가 아닌 다른 문제를 논의하거나 협상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 핵군축 협상 등은 비핵화가 선결돼야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고 강조했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