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하는 북한 측과 비선() 및 당국 간 접촉을 잇달아 가진 것으로 드러났지만 몇 가지 의혹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대체로 다섯 가지다.
임태희 장관, 북측 몇 번 만났나?
현재까지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을 만난 이후 10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당 통전부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임 장관이 싱가포르 접촉설이 나돌기 전에 외국을 다녀온 기록을 살펴보면 의미심장한 게 많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임 장관이 올해 9월 장관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그는 정책위의장 사임 직후인 올해 5월부터 장관 취임 전인 9월까지 5개월 동안 다섯 차례(미국 1회, 일본 및 중국 각 2회) 해외에 다녀왔다. 그가 비행기를 갈아타고 동남아 등지에서 북측과 만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비선과 당국 간 라인은 경쟁관계?
여권 일각에서는 10월까지 대화를 주도했던 임 장관이 11월 이후 통일부에 바통을 넘겨준 것은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 당국은 임 장관이 이끄는 비선이 판세를 주도하는 것이 처음부터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임 장관과 북측의 싱가포르 회동이 10월 말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도 반대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았다.
북측, 통일부와는 왜 틀어졌을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핵 문제 논의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 등 정상회담의 쟁점 의제에 대해 임 장관보다 높은 조건을 북측에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장관이 회담 결렬을 감수하고 왜 갑자기 높은 조건을 들고 나왔는지, 새 조건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 장관과 임 장관의 생각과 기준이 달랐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정상회담 원하지 않았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10월 14일(현지 시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고 발언한 것은 실수였을까, 고의였을까. 당시는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논의하던 중이었다.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에 대해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협상 지렛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일종의 음모론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의중 어떻게 변화했나?
이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 해결을 논의하고 귀국하면서 일부 국군포로 및 납북자를 데리고 오는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는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 내 핵심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언제부터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구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신석호 유성운 kyle@donga.com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