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도시 울산의 작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4862만원으로 2448만원인 서울의 2배나 됐다. 한 해 전에는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서울의 1.8배였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던 작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에너지 같은 한국 대표 기업의 공장이 많은 울산이 행정 경제의 중심지인 수도 서울에 비해 인구 1명당 2배나 되는 부()를 창출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울산은 1960년대 초 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정유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바닷가의 작은 읍 소재지에 지나지 않았다. 1970년대 들어 석유화학공장을 비롯한 대기업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1997년 광역시로 승격했고 7대 도시의 하나가 됐다. 기업이 많은 덕분에 재작년 실업률이 2.6%로 7대 도시 중에서 가장 낮다. 다른 6개 도시의 실업률은 최저 3.6%에서 최고 4.1%에 이른다. 2007년도 울산 근로자의 연봉은 3150만원으로 2위인 서울의 2674만원보다 476만원이나 많다.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복지를 가져다 준 공신은 바로 기업이다.
울산시의 사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세종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족기능이 부족한 행정 도시보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시로 가야 주민이나 지역 경제에 유익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행정기관보다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와 소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포항 구미 거제 창원 광양 같은 기업도시도 1인당 GRDP가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다.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얻을 욕심으로 세종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조차도 행정 기관의 분산 배치가 비효율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청와대 정책실의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이 작성한 해외 사례보고서는 정부 부처를 베를린과 본으로 나눠놓은 독일의 비효율 사례를 제시하면서 행정기관의 분산 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외국사례가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본에 소재한 부처의 장관은 대개 베를린에 있으며 이들 부처는 베를린에 분소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에 9부2처2청을 옮기더라도 장관은 물론이고 상당수 공무원이 서울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행정 비효율 비용이 연간 3조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종시를 밤에는 불이 꺼지는 도시로 만들 것인가, 항산()이 있는 도시로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