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보 정확도가 91.9%로 비교적 높았던 기상청이 연말연시 여러 차례 빗나간 강설() 예보로 체면을 구겼다. 서울 경기 강원도에 폭설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된 지난 12월 29일 오후 진눈깨비만 날린 게 실제 상황이었고, 1월 4일엔 10cm 적설을 예상했던 서울에 25cm가 넘는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렸다. 기상청엔 수백억 원짜리 슈퍼컴퓨터를 갖고도 적설량 하나 예측 못하느냐는 비아냥거림과 항의가 빗발쳤다.
폭설 다음엔 한파였다. 어제 서울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6도로 3년 11개월 만의 최저였다. 한반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말 코펜하겐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기후변화 대책회의를 한지 한달도 안 됐는데 미국 유럽 중국이 폭설과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고 인도에서는 100여명이 동사했다. 이쯤 되면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빙하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는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전체가 골고루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의 변동 폭이 커지고 이상기후가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2004년 개봉된 재난 영화 투모로우는 온난화로 남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로 말미암아 해수온도가 내려가며 해류 흐름이 바뀌어 미 전역에 혹한기가 닥친다는 내용이다. 올 겨울 북반구의 이례적 폭설과 한파에 대해 기상청은 북극을 둘러싸고 회전하는 극()제트 기류가 뚫려 한파가 남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북극 기온은 영하 20도로 평균보다도 10도나 높다고 한다.
날씨 예측에 실패할 때마다 기상청이 온난화 탓을 한다는 비판도 들린다. 기상청이 대통령보다 높은 연봉을 주고 영입한 석학 켄 크로퍼드 교수는 기상오보를 줄이기 위한 레이더 운영수준 제고 등 기상선진화 10대 과제를 어제 발표했다. 그러나 과학기술 수준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대자연을 상대로 한 인간의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날씨 예측을 위해선 입력한 관측 자료를 토대로 슈퍼컴이 100만 번 이상 방정식을 계산해야 한다. 현대과학으로 담배연기의 5초 후 확산속도와 방향도 예측할 수 없다는데 하물며 변화무쌍한 날씨는 어떻겠는가.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