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승자는 금속광물, 올해의 승자는 곡물?
지난해 큰 폭으로 올랐던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새해 들어서도 멈출 줄 모르고 있다. 2010년을 연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17%까지 뛴 품목도 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올해는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보다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는 금속과 에너지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면 올해는 곡물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은 유례없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상품지수(GSCI)가 지난해 50.3% 올라 1970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한 해로 기록됐다.
상승폭이 컸던 원자재는 납(143.3%), 구리(140.2%), 설탕(128.2%), 아연(111.9%), 두바이유(111.5%) 순이었다. 설탕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일반인들도 많이 투자한 금은 24.4% 상승했다. 반면 소맥(0.9%) 옥수수(2.0%) 쌀(5.1%)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새해에도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7일 마감된 각 시장의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말 가격과 비교하면 소맥은 벌써 17.2%, 옥수수는 13.9% 올랐다. 납(6.5%) 설탕(3.9%) 구리(3.0%)도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올해야말로 세계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오정석 부장은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오른 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중국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미리 재고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여기다 연기금 뮤추얼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올해의 양상은 지난해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유가나 기초금속은 상승폭이 제한적이겠지만 곡물은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는 것.
경기가 회복되면 고급육을 중심으로 한 육류 소비가 늘게 되고 사료의 대표 원료인 옥수수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 또 녹색성장이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옥수수, 대두, 사탕수수 등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이체은행은 최근 펀드매니저들에게 주는 자료를 통해 곡물에 투자하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하임숙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