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부안의 추억

Posted January. 11, 2010 08:16,   

日本語

2003년 전북 부안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을 부안읍 앞에 있는 섬 위도에 건설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극렬 시위가 일어났다. 전국에서 환경단체들이 부안해 집결해 부안성당(주임신부 문규현)은 그들의 아지트가 됐다. 환경단체들은 여고생들에게 시집가면 기형아를 낳을 것이라는 거짓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지역발전을 위해 방폐장 건설에 찬성했던 당시 김종규 군수는 고찰 내소사에서 반대측 세력에 둘러싸여 린치를 당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러 작년말 한국은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했다.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이자, 세계 최고의 원전 운영기술이 낳은 승리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UAE와 수출 계약을 한 12월 27일을 원자력의 날로 정하고 세계 최대의 원전 시장이 될 중국에도 10기 이상을 수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UAE 수출을 성사시킨 공로자에게 훈포장을 수여하면서 대한민국의 원자력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부안이 거부한 방폐장은 경주 군산 영덕 포항이 표대결을 벌여 가장 높은 찬성율을 기록한 경주가 가져갔다. 군산은 새만금을 사이에 놓고 부안과 갈라져 있다. 부안에서 그 난리를 치며 반대한 바로 그 방폐장에 대해 군산 시민은 투표자의 무려 84.4%가 찬성을 했다. 노무현 정부가 이룬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는 지역경쟁 구도를 채택해 19년간 표류해온 방폐장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것이다.

부안사태가 일어났던 그해 영화 살인이 추억을 당시로서는 최대인 510만여명이 관람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송강호 주연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다. 살인의 추억은 아직도 관객의 기억에 남아 있지만 부안의 추억은 희미해져 간다. 그해 주민을 선동해 부안을 소요 속에 몰아넣었던 반핵단체 환경단체는 UAE 승리에 침묵하고 있다. 원전이 살아 움직이는 원자력이라면, 방폐장은 원전에서 사용한 장갑 신발 옷가지를 처리하는 무덤이다. 산유국인 UAE는 석유를 쓰는 화력 발전소를 짓지 않고 한국에서 만든 원전을 짓기로 계약했다. 최열씨 비롯한 환경단체 사람들과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종교인들은 부안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