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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무뎌진 가창력 무대 열정은 역시 디바(일)

세월에 무뎌진 가창력 무대 열정은 역시 디바(일)

Posted February. 08, 20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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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그의 모습에는 그동안 지나온 고난의 세월이 묻어났다. 감격스레 꼭 감은 눈, 이마 밑으로 흐르는 땀방울, 종종 터져 나오는 마른기침. 관객 1만1000여 명은 숨을 죽인 채 역경을 이기고 돌아온 팝의 디바를 알현했다.

6일 오후 7시 12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휘트니 휴스턴(47) 첫 내한공연의 막이 올랐다. 남자 댄서 4명과 함께 등장한 휴스턴은 첫 곡으로 흥겨운 리듬의 포 더 러버스를 부르며 오른손을 흔들어댔다. 자전적 내용이 깃든 아이 디든트 노 마이 오운 스트렝스를 부를 땐 회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숙인 채 관객들에게 아이 러브 유라고 말했다.

휴스턴은 약물 중독과 재활시설 입원, R&B 가수 바비 브라운과의 이혼 등으로 긴 슬럼프를 보낸 뒤 지난해 9월 7년 만의 정규앨범 아이 룩 투 유를 발표하며 재기했다. 10년 만의 정규 월드투어 너싱 벗 러브를 시작하는 이날 무대는 그가 상처를 딛고 화려했던 기량을 되살릴 수 있을지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폭발적인 가창력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중간 중간 힘든 표정으로 한숨을 쉬거나 기침을 했고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전성기 대표곡인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와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은 파워가 넘치는 원곡과 달리 편안한 멜로디로 편곡해 노래했다. 영화 보디가드의 영화 주제가로 인기를 얻은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를 부를 땐 후렴구에서 목소리가 매끈하게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관객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티셔츠가 땀범벅이 되도록 열정을 쏟으며 노래하는 휴스턴에게 일제히 일어나 갈채를 보냈다. 스텝 바이 스텝을 부른 뒤 그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자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중년팬들은 아이 러브 유를 외치기도 했다.

공연 도중 그의 구두 밑창이 떨어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노련한 디바는 연주자들에게 스톱!이라고 말한 뒤 무대 한쪽의 계단에서 밑창을 붙이고 공연을 이어갔다. 약 2시간 동안 20여 곡을 노래한 휴스턴은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에게 손 키스를 보낸 뒤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했다.

관객 김만경 씨(33)는 휘트니 휴스턴의 목 상태가 나쁜 것 같아 아쉬웠지만 열정적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휴스턴은 7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했다. 월드 투어는 일본, 호주, 유럽으로 이어진다.



신성미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