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한국의 전통주는 기술 수준이 높은 술로 인식돼 왔습니다. 옛 문헌에 고대 백제인이 일본에 술 제조법을 전해줬다는 기록도 있지요.
미기타 게이지() 일본술서비스연구회(SSI) 이사장(56)은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한국 전통주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SSI는 일본술 전문가인 기키자케시(사케소믈리에) 국제 공인인증기관이다. 그는 숭실대 전산원 문화정보교육센터에 개설되는 기키자케시 교육과정 관련 행사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드라마 대장금을 처음부터 끝까지 5번이나 봤고 서울에 오면 신당동 떡볶이집 순례를 잊지 않는다는 그는 열성적인 한류 팬이기도 하다.
미기타 이사장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한국 전통주 전문가로 1993년부터 10차례 이상 방한해 국내 전통주 장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경주 법주는 맛의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안동 소주는 제조기술 수준이 상당하지요. 특히 전통방식으로 빚은 동동주는 톱클래스 수준의 술입니다. 막걸리는 향기와 목 넘김이 좋고 술이 약한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좋은 술입니다. 일본술과 달리 가열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술맛이 살아있습니다. 그의 칭찬은 결코 의례적인 게 아니었다.
미기타 이사장은 한국의 전통주가 세계인의 술이 되려면 다양한 제조법의 보존과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주 부흥을 지나치게 산업적 측면에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했다. 일본의 사케도 비용 절감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전통방식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제조법으로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되레 사케 소비는 감소했습니다. 한국의 전통주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국내에 시판되는 막걸리 대부분이 비용문제로 수입쌀을 원료로 쓰는 부분에 대해도 같은 이유로 우려를 표시했다.
미기타 이사장은 이윤 창출 때문에 대중적인 전통주만 신경쓰다 보면 고급 전통주가 자칫 시장에서 고사()할 수도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와인이나 사케처럼 제품 라벨만 봐도 소비자가 술의 등급과 품질을 알 수 있는 품질표시 기준이 시행돼 고급주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생각하는 전통주의 세계화는 지역화와 맞물려 있다. 서울 막걸리는 서울 막걸리대로, 부산 막걸리는 또 그대로 개성과 지역 색이 살아있어야 고객이 즐겨 찾습니다. 막걸리와 지역 토속음식을 연계한 식단 개발도 효과적인 홍보수단입니다.
우정렬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