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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물속서 뒤통수 맞은듯 잠시 기절

Posted April. 01, 2010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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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하는 순간 칠흑 같은 어둠이 홍웅 씨(26)의 온 몸을 감쌌다. 앞은커녕 바로 옆에서 잠수를 돕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도 보일락 말락 했다.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8년을 복무했고 평소 스쿠버다이빙을 즐겨왔지만 덜컥 겁이 났다. 로프를 잡은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아득한 심연이 펼쳐진 아래로 조금씩 손을 바꿔가며 내려갔다.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찬 기운이 덮쳤다. 바닷물의 수온이 갈리는 구간이었다. 두통이 일었다. 정신은 아득해지는데 3월 늦은 오후 백령도 앞바다의 조류는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몸이 쉴 새 없이 밀렸다. 함께 내려가는 SSU 대원에게 잠시 쉬자고 수신호를 보냈다.

다시 줄을 타고 내려간 지 얼마 안 돼 한층 차가운 물이 덮쳐왔다. 또 다른 수온 구간. 갑자기 얼얼하고 지끈한 느낌이 머리를 급습했다.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홍 씨는 그대로 잠시 기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SSU 대원이 홍 씨의 손에 감긴 줄로 깨우고 있었다. 더는 안 되겠다. 저 멀리 아래쪽 천안함에 갇혀 있을 해군 동기 임재엽 하사(26)의 얼굴이 아른거렸지만 물 위로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보냈다.

31일 만난 홍 씨는 저체온증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듯 연방 몸을 움츠렸다. 홍 씨는 천안함 침몰사고 후 해군에 민간구조지원대 조직을 건의하고 첫 자원자로 나선 민간 잠수경력자. 이번에 실종된 천안함 승조원들은 모두 홍 씨의 선후배, 동기들이다.

홍 씨는 친구와 선후배들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는 가족들에게 상황이 어떻다는 걸 몸소 체험해 보여 드리겠다며 물에 들어갔다. 잠수경력 20년째인 SSU 대원들이 수심 45m는 우리에게도 무리라며 말렸지만 홍 씨는 기왕에 온 거 가족과 고생하는 해군을 위해 조금만 애써 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입수는 조금만 애쓰는 일이 아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던 지난달 28일 오후 백령도 작전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SSU에서 미확인 물체를 발견했으니 입수해서 확인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었다. 흔쾌히 허락하고 곧바로 고속단정(고무보트)에 올랐다. 20분가량 달리는 동안 해가 져 사방에는 검은 바다만 남았다. 홍 씨는 내 목적은 분명했지만 막상 바다를 보니 두렵더라고 털어놨다.

처음 입수했을 때 물은 많이 차갑지 않았다. 얼마 내려가지 않아 살얼음 같은 조류가 홍 씨를 맞았다. 바다 아래 수온은 층에 따라 갑작스레 변하고 때때로 영하까지 내려간다. 혹시 뒤통수를 세게 맞아본 적이 있나요? 꼭 그런 느낌이었어요. 신경계가 둔해지고 앞이 안 보이고 호흡이 빨라지고. 쇼크였다. 산소통 두 개를 메고 장비를 감은 몸이 갑갑해왔다.

실패했다고 홍 씨는 생각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SSU 대원에게 긴급 수신호를 보냈다. 대원은 홍 씨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30일 천안함 함수 수색작업 도중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 한주호 준위(53)의 순직 소식을 전해들은 홍 씨는 그분을 존경한다며 사고현장 바다에 들어가 본 사람들만이 한 준위가 한 일의 대단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아직 회복 중이지만 몸이 나아지면 다시 수색작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홍 씨는 실종자와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지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