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18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하고 다시 밝은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스 출전 사상 1라운드에서 처음으로 70타 벽을 깨며 4언더파 68타.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하루에 이글 2개를 낚기도 했다. 단독 선두 프레드 커플스(미국)에게 2타 뒤진 공동 7위에 오른 우즈는 5번째 그린재킷을 향한 희망을 밝혔다. 필드를 떠나 있던 5개월의 시간은 그저 숫자로만 보였다.
우즈는 언더파만 기대했는데 결과가 좋아 정말 기쁘다. 팬들의 성원은 믿을 수 없었다. 퍼트만 잘됐더라면 정말 특별한 라운드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와 갤러리의 야유는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우즈를 조롱하는 문구를 내건 경비행기 두 대가 출현하기는 했어도 주목받지 못했다.
황제의 귀환을 반기는 분위기 속에 우즈는 폭발적인 장타로 건재를 과시했다. 8번홀(파5)에서 첫 이글을 한 뒤 왼쪽 도그레그홀인 9번홀(파4)에서 묘기에 가까운 샷으로 버디를 추가했다. 티샷이 왼쪽에 떨어져 나무에 가려 그린을 직접 공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도적인 훅 구질로 공을 15야드 가까이 왼쪽으로 휘어지게 한 뒤 컵 3.6m 거리에 떨어뜨려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15번홀(파5)에서는 191야드를 남기고 가볍게 투온에 성공한 뒤 3.4m 이글 퍼트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날 퍼트 수가 31개까지 치솟으며 5차례의 버디 퍼트가 살짝 컵을 빗나간 게 아쉬웠다.
우즈와 맞붙으면 부담감으로 동반자의 스코어가 불어나기 마련.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결 부드러워진 우즈의 태도와 갤러리의 우호적인 반응 속에 8년 연속 마스터스에 출전한 최경주는 자신의 최고인 5언더파 67타를 쳤다. 맷 쿠차(미국)는 2언더파 70타. 우즈는 그동안 잦은 라운드로 친해진 최경주와 이놈, 저놈 같은 한국말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친숙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