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전에는 용병 투수 6명이 선발로 나왔다. SK 가도쿠라 겐, 두산 켈빈 히메네스, 한화 호세 카페얀, KIA 아퀼리노 로페즈, 롯데 라이언 사도스키, LG 에드가 곤잘레스가 마운드에 섰다. 역대 최다였다. 삼성 윤성환과 넥센 금민철 2명만 토종 투수였다. 개막전 선발은 대개 그 팀의 에이스가 맡는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올 시즌은 어느 해보다 용병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팀별로 1820경기를 치른 20일 현재 확실하게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용병은 가도쿠라와 히메네스 정도다.
가도쿠라는 1996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 입단해 긴테쓰-요코하마-요미우리를 거치며 13년 통산 76승 82패 10세이브에 평균자책 4.36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한국에 와서는 8승 4패에 평균자책 5.00을 기록했다. 그리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도쿠라는 김성근 감독 밑에서 독한 승부 근성을 배웠다. 그는 예전에는 몇 승을 올리겠다고 구체적으로 마음먹은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는 20승을 올려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가도쿠라의 성적은 돋보인다. 20일 현재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했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다. 지난해 8월 15일 한화전 이후 7연승.
히메네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5경기에 등판해 3승 1패로 팀 내 다승 선두다. 개막전 승리를 포함해 3연승을 질주하다 18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5와 3분의 2이닝 동안 12안타 8실점으로 무너지며 첫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두산 김경문 감독은 롯데전 8실점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한국 야구를 쉽게 보지 않고 나름대로 준비할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SK와 두산은 2007년부터 빼놓지 않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이 돌아온 데다 가도쿠라의 활약 덕분에 선두에 올라 있다. 두산 역시 불안했던 김선우가 제 몫을 하는 데다 히메네스가 가세하면서 2007년 리오스-랜들에 이어 모처럼 원투 펀치 선발진을 꾸리고 있다. 반면 롯데 라이언 사도스키와 한화 호세 카페얀은 나란히 5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4패씩을 당했다. 넥센 아드리안 번사이드도 5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1승 3패에 그치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용병 투수의 성적이 팀 순위의 척도인 셈이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