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주총 안가고도 의결권 행사 주주 민주화시대 열린다

주총 안가고도 의결권 행사 주주 민주화시대 열린다

Posted April. 26, 2010 03:33,   

日本語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가 시행된다.

기업들은 앞으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총회의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할 수 있다. 전자투표 관리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제의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됨에 따라 6월 결산법인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기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주총에 온라인 부재자투표가 도입돼 소액주주의 권리가 보장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인인증서로 인터넷 주총 참석 가능

대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여태껏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주총이 평일에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휴가를 내고 참석하려고 했지만 주식을 보유한 기업 3곳이 같은 날 동시에 주총을 열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김 씨는 주총 안건에 대해 나름대로 의사를 밝히고 경영진 의견도 들어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전자투표제가 시행되면 김 씨처럼 그동안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소액주주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컴퓨터와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전자투표시스템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장에 출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접속해 특정 안건에 찬반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 기업이 예탁결제원과 계약을 맺어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총의 의안과 의안별 자료, 의결권 제한 내용 등을 올리면 주주들은 주총이 열리기 하루 전까지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다. 본인 확인을 위해 범용 또는 증권거래용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한다. 기업은 이 결과를 통보받아 오프라인 주총 결과와 합산한 최종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주주들은 온라인에서 결과를 조회할 수 있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 의결권 행사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져 실질적인 주주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총이 서울(48%)과 경기(28%) 지역에서 주로 열려 지방 주주들은 참석하기 어려웠다. 또 전체 상장사의 62%가 같은 날 주총을 열어 여러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도 일일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전문가들은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대주주들이 감사 선임 같은 주요 사항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데 활용해 온 그림자투표(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섀도보팅은 기업이 주총의 의결정족수가 모자란다고 판단하면 예탁결제원에 주주들이 맡긴 주권에 대한 의결권 대리행사를 요청하는 제도. 하지만 예탁결제원은 주총의 의결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의견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뿐이다. 주주들의 주총 참석이 저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지만 적지 않은 기업에서 대주주 중심의 주총 운영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정완용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투표가 활성화되면 섀도보팅 같은 편법적인 방법 없이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며 최근 일본에서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까지 도입됐고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추세를 볼 때 전자투표는 이제 미룰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전자투표제 도입 의무 없어

전자투표는 기업의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활성화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대기업들은 현재도 안건 통과에 별 어려움이 없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전자투표 도입을 꺼릴 수 있다. 또 중소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주총에도 잘 참석하지 않는 주주들이 과연 전자투표라고 해서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서면 자료 발송이나 오프라인 주총 때 제공하는 기념품 같은 비용의 절감 효과가 더 크다며 다만 소액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의식 전환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전자투표 도입 후 2008년 한 해에만 우편비용이 4억9000만 달러(약 5400억 원)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혜진 김재영 ejin@donga.com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