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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서 안장식까지 5시간의 동행

Posted April. 30, 2010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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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 46명의 영결식이 거행된 29일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았다. 전날까지 거센 빗줄기와 강한 바람에 영결식이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이날 평택지역 최고기온은 13도까지 올랐다. 비바람 역시 완전히 멈췄다. 전사자 46명은 따스한 햇살 속에 시민들의 국화꽃과 어린이들의 종이비행기, 그리고 전우들이 날린 풍선의 배웅을 받으며 생전 근무하던 해군2함대사령부를 떠났다.

유가족들이 탄 버스 10대를 비롯한 차량 87대는 고속도로에서 10km 가까이 꼬리를 물고 전사자들의 영정과 위패를 옮겼다. 전사자 46명은 오후 4시20분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전사자 가족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이제는 정말 좋은 데로 가거라며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차마 발길 못 뗀 영결식

이날 영결식은 오전 10시 해군제2함대사령부 내 안보공원에서 열렸다. 가족 1400여 명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이용훈 대법원장, 김형오 국회의장 등 2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입장하며 유가족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일일이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천안함 46용사 전원의 영정 앞에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영결식 내내 가족들은 숙연한 분위기였지만 고인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훈장을 추서하고 이어 헌화가 이어지자 장내는 금세 울음바다로 변했다. 가족들은 헌화를 하며 영정사진 앞을 한동안 떠나지 못한 채 오열했고 격앙된 일부 가족들은 전사자의 이름을 부르다 무너지기도 했다.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는 헌화 후 앞줄에 앉아 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다가가 의원님. 이북 놈들이 죽였습니다. (북에 지원하라는) 그 소리 절대 마세요라며 흐느끼다 쓰러지기도 했다.

그동안 엄마를 위로하며 나이답지 않게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산화자() 이창기 준위(40)의 외아들 이산 군(13)도 이날은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꼭 깨문 모습이었다. 다른 가족들이 유골함을 붙잡고 울었던 것과 달리 실종된 이 준위의 가족들은 그마저도 하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전사자의 어린 아들이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도 보여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원일 천안함 함장이 든 이 준위의 영정을 시작으로 전사자들의 영정이 하나 둘 영결식장을 빠져가자 가족들은 영정이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며 다시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젠 편히 쉬소서애도의 평택

오전 11시 10분경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을 빠져나가자 안보공원 인근 평택군항에 정박한 함정 10여 척에서 일제히 기적을 울렸다. 이어 고인들을 애도하는 검은색과 하얀색 풍선을 동시에 하늘로 띄웠다. 함정 위에 있던 장병들은 구호 소리에 맞춰 지나가는 운구 차량에 경례를 올렸다. 이날 운구행렬을 보기 위해 해군2함대 영내를 찾은 유상열 씨(69)는 집이 평택인데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싶어 일부러 나왔다고 말했다.

부대 인근 해군아파트에서도 희생자 46명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운구 차량이 지나가는 시간에 시민 500여 명이 나와 미리 준비한 국화꽃잎을 고인들의 길 앞에 뿌렸다. 시민들이 꽃잎을 뿌리는 동안 거무튀튀한 아스팔트 도로는 잠시나마 꽃길로 변했다. 모든 차량이 떠난 낮 12시까지도 시민들은 이웃 주민이었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해군아파트 주민인 김수향 씨(66여)는 나 역시 부모의 심정으로 눈물이 나서 나왔다며 이제는 정말 마음 편히 가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해군 자녀가 많아 해군2함대초등학교로 불리는 원정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 286명이 천안함 희생자들의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어린이들은 종이비행기로 삼촌들의 운구를 위로했다. 운구 차량이 지나가는 길마다 수많은 종이비행기가 수놓았다. 양소진 양(10)은 우리 바다를 하늘나라에서도 지켜주세요라고 적은 비행기를 운구 차량을 향해 날렸다.

아이들은 고 남기훈 원사(36), 김태석 원사(37), 김경수 상사(34), 박경수 상사(29) 등 친구 6명의 아버지를 실은 차량이 지나가자 숙연해졌다. 이창기 준위의 외동아들 이산 군과 친한 문예원 양(11)은 시무룩한 얼굴로 이창기 준위 아저씨! 보고 싶어요. 언젠가 다음 세상에서 만나요라고 말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창밖의 아이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화답했다. 성우열 군(11)은 버스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필승을 외치며 경례했다.

마지막에 보인 함장의 눈물

이날 최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장병 46명은 대전 현충원에서 거행된 하관과 허토 과정까지 영정을 지켰다. 마지막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던 최 함장은 자신이 들고 있던 이 원사의 유골함이 장지에 묻히자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원사의 어머니가 유골함에 흙이 덮이는 장면을 지켜보며 창기야 어떻게 하냐. 정말 어떻게 하느냐며 목을 놓아 울고, 이 원사의 형 세 명이 최 함장이 들고 있는 사진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자 최 함장 역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최 함장은 하관이 끝난 다음에 사진을 편히 내려놓으라는 가족들의 권유에도 죄송합니다라며 입술을 깨물고 영정 사진을 고쳐잡았다. 이 준위를 비롯한 46명은 이날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35일 만에 모두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한편 전사자 가족들의 모임인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는 안장 이후인 30일 오전에 가족 100여 명이 평택2함대에서 초계함을 타고 백령도 침몰해역으로 출발해 현장에서 위령제를 지낼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여기에는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산화자 6명의 가족도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