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1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 때 북한 조문단으로 온 김기남 노동당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이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대통령 각하라고 호칭하며 깍듯이 머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 정부 내에선 경제가 어려워진 북한이 정상회담을 사정하고 있다. 북한은 전쟁을 수행할 능력조차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김기남 김양건을 만난 이후 김정일이 적이 아니라 친구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 도널드 그레이그 전 주한대사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직후 완벽한 북한의 무력기습을 당했다고 지적한 대상에는 대통령 자신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정부 내의 안보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음이 천안함 사태로 속속들이 드러났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그제 많은 희생을 초래하고도 60여 일간 원인도 몰랐다며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방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천안함 폭침 직후 달려 나와 북한이 했을 리가 없다며 큰소리쳤던 그였다. 그는 왜 하필이면 (증거물에) 1번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가라고 시비를 걸었다. 북이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그쪽에 물어볼 일이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내세운 교전수칙으로 손발이 묶여있던 해군장병 6명을 2002년 북한의 기습공격에 희생시켰다. 많은 전직 군 장성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이야말로 안보무능을 넘어 안보파괴의 세월이었다고 증언한다.
조사 발표 전에 어뢰설 등은 억측이고 소설이라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그제 군형법 책을 들어 보이며 패전의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차라리 북한 어뢰가 타격했다는 것이 소설이기를 바랐다고 말했다면 더 솔직했을 것이다. 아무리 선거 승리가 급했기로소니 김대중 정부는 연평해전에서 승리했고, 노무현 정부는 싸우지 않고 이겼다는 그의 강변은 소설 수준에도 못 미친다. 안보를 안에서 파괴하면서 맹목적인 북한 편들기 습성을 못 버리는 세력은 도대체 남과 북 어느 쪽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인지 묻고 싶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