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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여간첩, 인터넷채팅 통해 암약

Posted May. 24, 20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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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공기업 간부로부터 서울지하철 관련 정보를 빼내 북한에 보고해온 여자 간첩이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공안 당국은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이 여간첩이 북한에 보낸 정보가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하철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의 위기대응 매뉴얼 등 내부 정보를 빼내 북한에 보고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 김모 씨(36)와 전직 서울메트로 과장급 간부 오모 씨(52)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6년 2월 중국 후난() 성 장자제()에서 호텔 경리직원 등으로 일하면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오 씨를 만난 뒤 같은 해 5월 자신의 권유로 중국에 여행을 온 오 씨와 연인 관계로 발전해 동거를 했다. 이후 김 씨는 오 씨에게 퇴직 후 중국에서 여행사를 차려 동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북한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사업을 하려면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서울메트로의 내부기밀을 빼내줄 것을 요청했다.

오 씨는 2007년 610월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소 컴퓨터에 저장된 종합사령실 비상연락망, 승무원 근무표, 위기상황 발생시 대응방안 등 300여 쪽에 이르는 대외비 문건을 USB메모리에 담아 김 씨에게 넘겼다.

김 씨는 여행사 관계자 장모 씨(45)와 조모 씨(44)에게서는 중국 여행객에 포함된 경찰 등 공무원 명단을, 한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29)에게서는 국내 주요 대학의 현황을 각각 넘겨받아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보위부에서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들어가 고정간첩과 접선하라는 지령을 받고 같은 해 9월 라오스를 통해 국내로 잠입했다. 공안당국은 탈북자 합동신문 과정에서 수상한 낌새를 채고 김 씨를 감시하던 중 해외로 달아나려던 김 씨를 20일 체포했다. 공안당국은 김 씨가 북한에서 제약공장 약제사로 근무하다 1997년 조선노동당 당원증을 분실한 뒤 처벌을 피하려고 보위부에 들어가 13년간 수차례에 걸쳐 중국을 드나든 점에 주목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 대외비 자료는 지하철 테러를 계획하는 세력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철 dawn@donga.com